아직도 높은 노사의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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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뭐! 생리휴가를 달라구? 생리한다는 증거있어. 증명서떼와봐』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툭하면 잔업이다, 특근이다. 우리가 뭐 기계인가요』
『우리 마누라는 24시간 가사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생리휴가 달란적 없어. 웬 말이 이렇게 많아』
6일 오후 서강대 대강당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3월8일)기념「여성노동자 큰잔치」에서 근로자들이 선보인 노동현실 풍자극의 한 장면. 애원하듯 생리휴가를 청원하는 여성 근로자에게 비정(?)한 총무과장이 「생리증명서」를 요구하자 7백여명 관객들의 폭소와 야유가 터진다.
이어 10여명의 남사당패가 펼치는 소원풀이굿 순서.
『민주·자유·해방님! 우리의 아픈 가슴 살피시어 어서 빨리 달려오소서…』남철릭에 붉은 조끼차림의 패거리들이 비원을 읊조리자 장내 분위기는 자못 숙연해진다.
「아빠가 농성하면 가족들은 걱정인데/적자타령 사장님은 오늘밤도 요정으로/당신은 저임금에 졸린 눈을 부릅뜨고서/3년이 가도 5년이 가도 끝없는 잔업 철야/형편없는 노동조건/한많은 노동자신세.」흘러간 노래 『한많은 미아리고개』를 개작한 합창곡 『한많은 노동자신세』가 울려퍼지자 분위기는 반전.
이어 학생과 근로자가 어우러진 「덩더쿵…」 해방춤판이 벌어지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개학과 함께 노학이 어우러져 펼친 한마당 살풀이굿은 아직도 높고 두터운「노사의 법」을 실감케 했다.
어느폭의 일방통행도 아닌 공존공영 「노사 민주 해방님」은 어디즘 와있는 것일까.<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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