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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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돈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미국의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서도 납세자를 울리고 있다.
이들은 매년 받는 연금이외에도 사무실 운영비와 사설도서관유지비, 비밀경호비, 심지어 TV시청료까지 모두 납세자가 물고 있다.
그래서 미국시민들은 이들을 위한 공금지출의 내용을 상세히 알고 싶어한다. 그뿐 아니라 의회는 의회대로 매년 늘어나는 이 비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래 미국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규정이 없었다.
의회가 전직 대통령 예우법을 제정한 것은 1958년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직을 떠난 첫30개월 동안은 사무실 직원 예산으로 연15만 달러(한화 1억1천4백만원)를 받고, 그 후에는 9만6천 달러를 받는다. 사무실 유지비 8만2천 달러는 별도다.
64년에는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비밀경호법이 제정되면서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년 약 1천3백만 달러(98억8천만원)의 예산을 여기에 쏟아 붓고 있다. 경호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예우비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념도서관을 만들어 유지하는 비용이다. 현재 7개가 있는 이 도서관에만 매년 1천5백만 달러가 지출된다.
「카터」대통령의 경우는 퇴임직후 도서관 설치에 필요한 각종 문서보관용으로 70만 달러를 책정했고, 도서관 설치 후에는 40만 달러를 추가 지급했다.
이처럼 전관에 대한 예우비용이 백악관의 모든 사무비용보다 더 많다는게 문제가 되었다. 상원은 앞으로 설립되는 대통령기념도서관은 그 운영비를 스스로 염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공직자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 가치는 어떤 것인가. 다산의 『목민심서』를 보면 『맑은 선비가 버슬을 그만두고 돌아갈 때의 행장은 청고하여 낡은 수레를 여윈 말이 끄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상자와 농 속에는 새로 만든 그릇이 없고 구슬과 비단, 고을의 토산품이 없으면 청렴한 선비』의 행장이라고 했다.
엊그제 신문에 난 국가원로자문회의 기사를 보면서 납세자를 울리는 미국얘기가 문득 생각나는 것은 어쩐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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