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 보유세까지 … 부자증세 시즌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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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세금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민감한 주제다. 이 두 사안과 모두 연결된 게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다. 그만큼 휘발성이 크다. 이런 보유세에 대해 정부가 27일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개편 검토를 공식화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율 외에도 공시가격 조정 등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며 “조세 형평성 문제, 거래세와 보유세 간 바람직한 조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시기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내놓는 내년 8월께로 예상된다. 6월 지방선거 이후다.

법인·소득세 인상 이어 부유층 압박 #1가구 3주택 이상 대상 삼거나 #재산세 대신 종부세 손댈 가능성 #공시가격 조정해 세금 올릴 수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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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수단으로 꼽히는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은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비롯해 규제책을 잇달아 꺼냈다. 청약 규제와 대출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등 ‘청약·대출·세금’을 모두 옥죄며 다주택자를 압박했다. 그런데도 서울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1~11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3.82% 올라 2016년 한 해(3.25%)보다 상승 폭이 컸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서울 송파구는 올해 6.24%, 강남구는 4.8% 상승했다.

하지만 보유세 중 재산세 세율을 올리는 것은 1가구 1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 소유자에게 영향을 준다. 문 대통령이 그간 “서민 증세는 없다”고 말한 것을 고려하면 정치적으론 부담스러운 선택이 된다. 그래서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다주택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소득세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 시즌 2’가 된다는 얘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2주택의 경우는 이사나 가족 사정 등으로 불가피하게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보유세 강화를 시행한다면 1가구 3주택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산세보다 조세 저항이 비교적 덜한 종합부동산세를 건드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택·상가 등을 소유하면 누구나 내야 하는 재산세와 달리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이나 공시지가가 5억원을 넘는 토지 소유자만 낸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 서울 강남권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이 커진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부유층을 또다시 과세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부동산 과열 억제 효과는 있겠지만,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처럼 세율보다는 공시가격을 먼저 조정할 수도 있다. 우선 시가의 60~70%인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게 현실화하면 보유세를 인상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게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현재 주택에 적용되는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 종부세는 80%다. 이 비율을 높이면 과세표준 금액이 높아지면서 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 방안은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개편한다면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은 거래세는 낮추는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식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인상은 다주택자에게 최대 압박용 카드”라며 “다주택자들이 주택 보유 부담이 커져 ‘버티기’보다는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황의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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