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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몇 달 됐다고 복귀하나 … 임종석과도 살가운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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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 때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가운데)과 함께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중앙포토]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 때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가운데)과 함께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6일 자신의 청와대 복귀설에 대해 “지금 몇 달 됐다고 복귀하느냐”고 일축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복귀설과 관련해 “그럴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선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고 할 만큼 서로 살갑다”고 했다.

‘해외유랑’ 7개월 만에 입 연 복심 #복귀설 도니 청와대 참모에 미안 #임 실장과 불화설도 허황된 얘기 #남자끼리 뭐하냐 할 만큼 살뜰해 #지방선거 출마 생각해본 적 없어 #대통령껜 일부러 일절 연락 안 해 #책 곧 출간 … 말들 많아 귀국 미뤄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정계 입문한 2011년 이후 기획·홍보·전략·정책에서부터 인물 영입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분신 역할을 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비서실장이 현재의 임종석 실장이다. ‘비서실 부실장’이란 공식적 역할을 맡았던 이유가 ‘양비’(양비서관의 준말, 그의 캠프 내 별칭)가 막후에 있으면 공식 라인에 힘이 실리지 않고 무력화될 것이란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으니 그의 캠프 내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관을 지냈던 만큼 정권 출범 후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자리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16일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고는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당시 양 전 비서관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문자메시지에서 “참 멀리 왔다.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해외유랑’ 생활에 돌입했다. 뉴질랜드에 머물던 그는 아들 군 입대 및 본인의 허리디스크 치료차 몇 번 국내에 들어왔다가 지금은 일본 도쿄(東京)에서 책을 쓰고 있다.

청와대 복귀설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고…. (청와대) 안에 계시는 분들이 잘해야지 왜 나를 찾나. 전혀 아니다. 그런 얘기는 정말 쓰지도 말라. 작별인사로 남긴 편지에 잉크도 안 말랐다.

복귀설이 자꾸 나오면 청와대에 계신 참모들에게 대단히 미안해진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잘하고 있는데, 마치 무엇인가 문제가 있어 양모가 돌아와야 한다는 건가?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차출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이나 일부 중진 의원이 내게 사적으로 권하시는데, 출마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유능한 분들은 즐비하다. 무엇보다도 면구스러운 게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선거)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해서 갑자기 주목을 받고, 오랫동안 출마를 준비해 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서는 게 맞지도 않다. 당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지방선거건 총선이건 큰 명분과 디자인으로 가야 하는데, 양정철 차출설은 그런 측면에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나설 생각도 없다.”
지방선거 전후의 2기 청와대에는 합류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아이고, 아이고…. 그만합시다. 그런 얘기를 더 키우려 하는 것인가. 나는 지금 잘살고 있다. (퇴장은) 애초부터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고, 안에 있는 참모에게도 도움이 됐고, 내게도 도움이라고 생각해 했던 것이다. 그때의 판단이 바뀔 상황이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지난 7개월간 언론 접촉을 끊었다가 이번에 응한 이유는.
“저를 두고 복귀설이 나오다가 급기야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갈등설 같은 얘기가 돌더라. 찌라시에 나오는가 했는데, 기정사실화되는 듯해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는 외부에 있는 자연인이니 괜찮은데 안에서 열심히 하는 분들에겐 크게 누가 된다. 내가 정리해 차단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다.”
임 실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임 실장과의 갈등설은) 허황된 얘기다. 서로 정말 살뜰한 관계다.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 할 만큼 서로 살갑다. 가족들끼리도 아는 사이다. 내가 잠깐씩 (한국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은 못 봐도 (임 실장과는) 한잔씩 한다. 나에 대한 다른 얘기는 견딜 수 있는데 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한 건 내겐 슬프고도 괴롭다. 내가 오죽하면 (여권의) 몇몇 분에게 ‘이런 찌라시는 단호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겠는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 문 대통령과 연락한 적이 있나.
“사사로운 통화나 연락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부러 일절 연락을 드리지 않고 있다. 두 달 전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로 심하게 아팠다. 그걸 아셨던지 대통령 내외분이 걱정하시더라고 한 참모가 알려줬다. 눈물 나게 감사했다.”
언제 귀국하나.
“원래 이달 말에 들어가려 했다. 책 집필이 거의 끝나 내년 1월 중순께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바깥에서 정말 조심하고 근신하고 있는데 (복귀설이니 갈등설이니) 얘기가 나오니 안에 있으면 무슨 얘기가 나올까 싶어 귀국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바깥에 있어도 근거 없는 얘기가 도니 들어갈 때가 됐어도 들어갈 수가 없다.”
어떤 책을 쓰고 있나.
“언어를 매개로, 우리 민주주의가 더 성숙해져야 할 내용과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다. 새 정부에 무엇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 책을 통해 내 생각과 견해를 시민들과 나누려고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도 내 운명을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우리는 이전 정부와 대통령 측근들의 처신을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조신하고 근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모질게 권력과 거리를 둘 것이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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