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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 이치로 “애완견 가게서 팔리지 않은 큰 개가 된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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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스즈키 이치로. [AP=연합뉴스]

스즈키 이치로. [AP=연합뉴스]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큰 개가 된 기분이다.”

51세까지 MLB서 뛰고 싶다지만 #마이애미와 결별 뒤 무소속 상태 #“일본 복귀 여지? 무엇이든 가능”

메이저리그(MLB) 현역 통산 안타 1위(3080개)인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4·사진)는 현재 무적(無籍)이다. 지난 11월 마이애미 말린스와 결별했다. 올해 마이애미에서 백업 외야수로 136경기에 나와, 타율 0.255, 3홈런·22타점을 기록했다. 팀 리빌딩에 착수한 마이애미는 이치로와의 연봉 200만 달러(약 22억원)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포기했다. MLB에 그를 원하는 구단은 안 보인다.

일본에서 휴식 중인 이치로는 지난 23일 고향인 아이치현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컵 유스 야구대회’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초등학생이 일본 복귀 가능성을 물어봤다. 난감해진 이치로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0’이 아닌 이상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말”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는 “3년 전(2014년)에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나이가 걸림돌인 것 같다”며 자신을 애완동물 가게의 큰 개(나이 들어 잘 팔리지 않는 개)에 비유했다.

40대 중반인 이치로는 등번호(51번)와 같은 51세까지 현역에서 뛰는 게 목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만 50세가 넘어 뛴 선수는 6명이다. 2000년 이후 최고령은 2012년 만 49세에 뛴 투수 제이미 모이어다. 원하는 대로 뛰려면 팀이 있어야 한다. 이치로는 MLB 잔류를 원한다. 한때 이치로가 2001~13년 뛴 시애틀행이 점쳐졌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치로가 시애틀과 계약한다면 은퇴식을 위한 1일짜리 계약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이치로가 1992년부터 9년간 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는 “이제 집으로 돌아오라”며 복귀를 권하고 있다. 오릭스는 이치로를 위해 등록 엔트리 한 자리와 등 번호 51번을 비워뒀다. 재일동포 야구 평론가 장훈도 24일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그가 일본에서 뛰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치로는 50세까지 뛰는 데 대해 자신감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치로는 1년 365일 중 3일을 뺀 362일 훈련한다. 그렇게 30년 이상 살았다. 뉴욕 양키스 시절 카를로스 벨트란이 “미국에 온 뒤 체중이 얼마나 늘었나” 묻자, 이치로는 “1파운드(454g) 정도 늘었다”고 대답했다. 식단을 비롯해 동선 하나하나가 시나리오처럼 정교하게 짜여 있다.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TV 시청 중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그는 “나 자신과 한 약속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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