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정상회담 중간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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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거리 핵무기철수 이후 서구의 방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6년만에 열린 16개국 NATO정상회담은 일단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국의 재래식 군비감축을 강력히 촉구하는 선에서 1차 회합을 마쳤다.
대량살상무기인 핵전력을 미소가 유럽에서 감축하면 평화무드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밑바닥에 깔려있던 소련의 재래식 무기의 우위에 대한 불안이 표면화된 것이다.
이 불안해소책으로 NATO수뇌들은 일단 소련에 대해 재래식군비도 감축해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의견이 일치했으나 그 대응방안중의 하나인 기존의 단거리 핵미사일 문제에서는 자국의 이해에 따라 각기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소가 중거리핵무기 INF철거협정을 체결하자 서유럽국가들은 일견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태도였다. 반핵운동의 본류처럼 돼있는 그들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재래식군사력의 명백한 열세속에 핵무기의 감축만을 무작정 환영할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들은 내심 불안해했던 것이다.
따라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보강하고자 영국이 중심이돼 거론한 것이 단거리핵미사일의 명중률을 높이는 「현대화」였다.
그러나 단거리미사일의 사정거리내에 있는 서독은 유사시 가장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인식때문에 이번회담에 앞서 『왜 우리만 총알받이가 돼야하느냐』 며 전략·중거리· 단거리핵무기 완전철거와 함께 재래식무기의 감축협상을 벌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서긴장완화에따른 새로운 군사전략이 수립되기전까지는 어떠한 핵무기의 현대화조치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66년 나토군사위탈틔이후 프랑스의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정상회담에 달려간것은 바로 서독의 이같은 입장에 동조하면서 유럽에 새로운 전후질서를 모색하기위한 것이다.
그는 초강대국의 핵감축 시대에 핵무기의 현대화를 논의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막론하고 「가능한한 가장 낮은 수준의 균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불·서독군사연합을 서두르는 한편 미국을 배제하면서 유럽에서의 새로운 동서관계를 모색하려는 생각이다.
그러나 불·서독의 이같은 입장에대해 「대처」 수상을 중심으로한 몇몇국가들은 그렇게해서는 「고르바초프」의 평화공세함정에 빠지고 말것이라고 경고하고있다.
이같이 각기 입장은 다르지만 정상회담에서 이들의 이견을 표면화시키지 않으려는것은 INF협정체결의 업적을 평가받고 5,6월로 예정된 미소 정상회담에 앞서 NATO의 단결력 과시를 필요로 했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며 동시에 반핵을 무기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소련의 대서구잠식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인식 때문인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2O년가까이 논란이 돼왔던 중거리 핵무기문제를 일단 해결했으니 재래식무기의 감축협상 노력을 강화하자는 계기를 이번 NATO 수뇌회담은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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