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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살까지 뛰고싶다'는 이치로 “동물가게에 남은 큰 개가 된 기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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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컵 유스 야구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이치로. [AP=연합뉴스]

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컵 유스 야구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이치로. [AP=연합뉴스]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큰 개가 된 기분이다."

메이저리그의 현역 통산 안타 1위(3080개)인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4)는 무적(無籍) 신분이다. 지난 11월 마이애미 말린스와 결별했다. 이치로는 올해 백업 외야수로 136경기에 나서 타율 0.255, 3홈런·2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 리빌딩에 나선 마이애미는 이치로와의 연봉 200만 달러(약 22억원)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실행하지 않았다. 이후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선 구단은 없다.

이치로는 지난 23일 자신의 고향인 일본 아이치현 도요야마에서 열린 '이치로컵 유스 야구대회'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치로는 초등학교 선수로부터 일본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돌직구' 질문에 난감해하던 이치로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0'이 아닌 이상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말"이라고 애둘러 표현했다. 그는 "3년 전(2014년)에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나이가 걸림돌인 것 같다"며 자신을 애완동물 가게 개에 비유했다.

지난 11월 3년간 뛴 마이애미와 결별한 이치로. [AP=연합뉴스]

지난 11월 3년간 뛴 마이애미와 결별한 이치로. [AP=연합뉴스]

40대 중반 이치로는 자신의 등번호(51번)처럼 51세까지 현역 선수로 뛰는 게 목표다. 메이저리그에 만 50세 이상까지 뛴 선수는 모두 6명이 있었다. 2000년 이후 최고령 기록은 2012년 만 49세까지 던진 투수 제이미 모이어가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경기에 나설 팀이 필요하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원하고 있다. 한 때 시애틀행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에서 데뷔해 2013년까지 활약했다. 이에 한 칼럼니스트는 "이치로가 시애틀과 계약한다면 은퇴식을 위한 1일짜리 계약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계약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2014년처럼 극적으로 팀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이치로는 1월 말 마이애미와 1년짜리 계약을 했다. 미국 잔류를 위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할 수도 있다. 


이치로가 1992년부터 9년 동안 뛰었던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는 "이제 집으로 돌아오라"며 복귀를 권하고 있다. 오릭스는 이치로가 일본 복귀를 결정할 경우에 대비해 등록 선수 한 자리와 등번호 51번을 비워뒀다. 재일동포 야구 평론가 장훈도 24일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그가 일본 무대에서 뛰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안타 기록(3080개)를 갖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기록을 포함하면 안타 4358개다. [AP=연합뉴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안타 기록(3080개)를 갖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기록을 포함하면 안타 4358개다. [AP=연합뉴스]

이치로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목표인 51세까지 뛰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치로는 1년 365일 중 3일을 제외하고 362일을 훈련한다. 그런 삶을 30년 넘게 유지해 왔다. 뉴욕 양키스 시절 동료였던 카를로스 벨트란이 이치로에게 "미국에 온 뒤 체중이 얼마나 늘었냐"고 물었더니 이치로는 "1파운드(454g) 정도 늘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치로는 매일 아침 아내가 만든 음식(한 때는 카레, 한 때는 식빵과 국수)를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움직이는 동선 하나하나가 시나리오처럼 정교하게 정해져 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는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낄 정도다. 그는 "나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자신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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