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생아 집단사망' 병원 관계자 조사…병원 자체 조사팀은 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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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난 11층 중환자실이 폐쇄된 가운데 18일 오후 병원관계자가 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찾기 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난 11층 중환자실이 폐쇄된 가운데 18일 오후 병원관계자가 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찾기 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22일 의료진을 대상으로 첫 소환 조사를 벌였다.

중환자실 간호사·약제실 약사 조사 #약품 조제 과정, 간호사 시스템 파악 #의료진은 사고 이후에도 정상 근무 #"현재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 #병원·유가족 2차 면담 계획은 아직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후 2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수간호사 1명, 약제실 약사 1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약품 조제과정, 신생아 중환자실 약품 전달과정, 중환자실 간호사 시스템 등을 파악하고 있다.

광역수사대가 지난 18일 서울 양천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병원 관계를 소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수사팀은 현장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병원 의무기록·폐쇄회로TV(CCTV)·시스템 조직도 등 자료 조사를 위주로 '기초 다지기'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경찰은 수사 방향을 크게 병원 측의 의료 과실과 관리 과실, 두 방향으로 나눠 조사하고 있다. 20일에는 병원으로부터 자체 분석 자료도 추가로 제출받았다. 병원이 사고 원인에 대해 외부 전문가 6명에게 자문을 받은 내용이다. 자료에는 '주사제와 수액으로 인한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본 의무기록 상으로는 아직 명백한 의료진의 의료과실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수차례 지적한 중환자실 내 위생관리 문제도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와의 인과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자체 조사팀은 해산=병원이 자체적으로 꾸렸던 신생아 4명 사망 원인조사팀이 출범 이틀 만에 활동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가 발생한 이 병원은 18일 오후 6시부터 외부 전문가 6명으로 이뤄진 자체 조사팀을 가동했다. 조사팀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과는 별도로 사고 원인 규명에 관해 병원 측에 자문을 해왔다.

원인조사팀의 활동이 종료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신생아에게 같은 수액과 주사제가 투여됐다'는 등의 언론 보도로 조사팀 구성원들이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추측이 제기됐다. 이에 병원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뭔가 자체적으로 원인 규명 활동을 해야겠다는 뜻으로 출범한 게 원인조사팀이다. 짧은 시간에 끝날 일이었으면 개선이나 보완 대책 등을 제안하는 등의 역할도 했겠지만, 사건이 장기화되다 보니 일단 20일로 1차 활동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사팀은 원인 규명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팀이었지, 어떤 결과물을 내기로 한 건 아니었다. 일차적으로 발생 경위, 사태의 특성, 진료 시스템, 환경·안전·감염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병원에 전달했으니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적인 활동을 할지, 만약에 한다면 어떤 것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신생아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1층 로비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오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신생아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1층 로비에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이 오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의료진은 정상 근무 중=사고가 발생한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주치의와 교수, 간호사 등은 사고 이후에도 정상 근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1층 신생아중환자실은 폐쇄됐지만, 이곳을 담당해왔던 소아청소년과 교수급 의료진 3명은 외래진료를 보고 있다. 실제 20일 오후 유가족과 병원 측의 면담 자리에도 한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다 유가족의 요구로 뒤늦게 참석했다.

신생아중환자실 소속 간호사 30여 명 중 사고 발생 전후 근무조였던 간호사 10여 명은 경찰 조사 등에 대비하면서도 환자 진료 외 통상 업무는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간호사들도 근무조대로 정상 출근하면서 자료 정리 등 진료 외 업무를 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간호사들은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분위기다"고 전했다.

신생아 연속 사망한 이대목동병원에서 20일 정혜원 병원장과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고객만족실 직원 등이 유가족과의 면담을 위해 2층 대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신생아 연속 사망한 이대목동병원에서 20일 정혜원 병원장과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고객만족실 직원 등이 유가족과의 면담을 위해 2층 대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가족 2차 면담은 아직=지난 20일 유가족과 병원 간 면담이 23분 만에 파행된 가운데 아직 추가 면담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22일 "유가족이나 퇴원·전원 환아 보호자와의 면담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전날인 21일에는 강남성심병원으로 전원한 신생아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생존자 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족들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무산됐다.

생존자 가족들은 지난 19일 병원 측과 1시간 40분간 면담했다. 당시 참석한 김모씨는 "생존한 아이들도 수술이나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전원한 아이들 중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가 3명이나 되는데도 병원 측은 대책이 전혀 없었다. 면담도 병원이 아닌 우리가 먼저 요구해서 성사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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