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교원평가 … 현장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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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설문 내용을 토대로 6일 "교원평가를 시범 실시해 보니 학부모 82%, 학생 73%가 긍정 답변했다"고 발표했다.

◆ 겉핥기 평가=S고 이모 교사는 "공무원. 경찰도 서로 간에 '봐주기'를 하는데 교사라고 서로 비방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탁월''우수' 쪽에 표기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사가 동료 교사를 이런 식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80%가 넘는 교사가 탁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48개 시범 학교 중 7개교는 교사의 동료 평가를 하지 않았다. 전교조 한만중 정책위원장은 "전교조가 파악한 것은 15개교가 교사의 반발 때문에 동료 평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K고는 아예 일부 교사의 평가 결과를 밀봉해 보관한 채 교육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전체 교사 1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교원 평가를 안 받겠다고 반대했는데 이들 중 일부 교사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며 "교사들이 반발해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 예견된 부실 평가=방학 직전 한 달간 평가가 이뤄지면서 대상 학교들은 대부분 준비가 소홀했다. 서울 압구정초등학교 류명숙 교감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교사 전체적인 면모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평가를 하라는 것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다수 학부모가 학교 경영 전반에 대해 정보가 없고 관심이 부족해 학교 평가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 실효성 있는 평가 되려면=이명희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평가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설문에 의존하는 평가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평가 결과는 수업 개선에 활용돼야 한다. 평가결과를 인사나 급여에 반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놓은 것이다. 수업 내용을 개선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평가가 겉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일본은 평가 결과를 인사나 급여에 반영한다. 평가 결과가 나쁜 교사는 연수나 재교육을 받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재계약에서 탈락하거나 퇴출시킨다. 우리나라는 교원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평가 결과가 일선 학교 현장에 환류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홍준.고정애.이원진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7일자 18면 '무늬만 교원평가' 기사 중 예고된 부실평가의 사례로 인용된 서울 압구정초등학교의 "초등학교 4 ~ 6학년 학생들이 교사 전체적인 면모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평가를 하라는 것은 무리였다…대다수 학부모가 학교 경영 전반에 대해 정보가 없고 관심이 부족해 학교 평가는 어려웠다"는 발언은 류명숙 교감 본인 의견이 아니라 압구정초등학교 교사의 의견을 총괄한 '교원평가 시범학교 추진결과 보고서'에 따른 내용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류 교감은 "내 얘기가 아니라 교내 교원평가위원장으로서 일부 교사의 부정적 발언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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