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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평창 패럴림픽엔 나올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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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겨울 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대회기를 전달받은 이석래 평창군수. 도핑의혹을 받은 러시아는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소치=사진공동취재단]

2014년 소치 겨울 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대회기를 전달받은 이석래 평창군수. 도핑의혹을 받은 러시아는 평창 패럴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소치=사진공동취재단]

러시아 선수단이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까. 결론은 내년 1월에 난다.

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는 19일 밤(한국시간) 러시아의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출전 여부를 토론했다. 유선을 통해 열린 회의의 주요 쟁점은 러시아의 참가 여부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IPC 집행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선수대표 3명과 선출직 위원 10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일한 한국인 위원인 김성일 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내년 1월 독일 본에 위치한 IPC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IPC는 "러시아 당국의 정식 회답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평창 패럴림픽 선수 등록 시한은 2월23일이다.

현재로선 러시아의 출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 IPC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IPC는 러시아가 도핑 스캔들에 휩싸이자 지난해 리우 패럴림픽 출전을 막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종목별 국제단체에 위임해 일부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IOC는 평창 올림픽에서도 러시아 선수단 참가는 불허했지만 개인 자격으로의 출전은 허용했다. 러시아 정부에선 개인 출전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다수 선수들이 차질 없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IOC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러시아 대통령 프레스 서비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IOC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러시아 대통령 프레스 서비스 AP=뉴시스]

IPC는 도핑이 선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성일 위원은 "IPC가 IOC의 분위기에 따를 필요가 없는 분위기다. 특히 장애인 선수이기 때문에 도핑의 위험성을 더욱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의 자격을 재승인하지 않을 경우 출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의 출전을 허용하자는 나라들도 있지만 '한계와 장애를 극복하자'는 패럴림픽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강하다.

개최국인 한국의 입장도 난처하다. 가뜩이나 올림픽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불참할 경우 대회 흥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성일 위원도 "러시아의 출전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러시아의 불참은 대회 전체로 봤을 땐 악재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평창 겨울 패럴림픽 노르딕 스키 메달 기대주 신의현. 평창=장진영 기자

평창 겨울 패럴림픽 노르딕 스키 메달 기대주 신의현. 평창=장진영 기자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불참할 경우 한국의 메달 레이스엔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개최국 러시아는 2014년 소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30개, 은메달 28개, 동메달 22개를 따내 1위에 올랐다. 전체 메달 216개 중 3분의 1이 넘는 80개를 따낼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상이군인들을 선수로 발탁하면서 경기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런 러시아가 불참할 경우 한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메달 기대주 1순위인 노르딕스키의 신의현(38·창성건설)이다. 신의현은 지난 18일까지 캐나다 캔모어에서 열린 월드컵 바이애슬론 좌식 경기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신의현이 출전한 3종목에서 우승한 선수가 러시아 출신 이반 골룹코프다. 골룹코프 외에도 러시아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들이 출전하지 않는다면 신의현이 한국의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12팀이 출전하는 휠체어컬링도 러시아의 참가 여부가 큰 변수다. 러시아는 세계랭킹 1위로 강력한 메달 후보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은 "패럴림픽 출전국의 전력은 6강6중이다. 우리 전력은 4~5위권 정도인데 러시아가 빠질 경우 메달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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