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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FUD vs FOMO, 비트코인 출렁…‘배당’ 랠리 시작됐다(하)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업계에서 통하는 격언(?)이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하루는 주식시장의 한 달과 같다’(혹자는 암호화폐 시장의 일주일을 주식시장의 1년과 비교하기도 한다).

일주일 새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 8일, 선물 상장과 배당(하드포크에 따른 암호화폐 분리ㆍ탄생) 기대감에 2499만원(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까지 폭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규제 논란이 일면서 10일 1391만1000원까지 폭락했다.

13일 막상 뚜껑을 연 정부의 규제책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안도감에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게다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이어 1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된다는 소식도 호재로 부각됐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1만9783.21달러까지 치솟으며 2만 달러 고지를 눈앞에 뒀다.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그 온기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에도 전해졌다. 이더리움ㆍ비트코인캐시ㆍ리플 등이 폭등하면서,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6420억 달러(19일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 기준)까지 불어났다. 세계 시가총액 3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6660억 달러, 19일 종가 기준)에 이은 4위 수준이다(세계 시가총액 1위와 2위 기업은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기업)이다).

선물 시장 데뷔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예측은 빗나갔다. 20일 오후 1시(한국시간) 현재 비트코인은 1만6784.31달러(국내선 2114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기대감에 올랐던 자금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선물 거래 전보다는 가격 수준이 내려갔다.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남은 호재는 하드포크를 통한 배당이다. 앞서 비트코인다이아몬드가 하드포크됐고, 국내 거래소 가운데서는 코인네스트에 상장됐다. 12일에는 중국의 비트코인 거부 리샤오라이가 주도하는 슈퍼비트코인 스냅샷(일종의 배당 기준일)이 완료됐다.

이밖에 앞으로도 라이트닝비트코인ㆍ비트코인우라늄ㆍ비트코인캐시플러스 등은 물론이고 사기 논란이 일었던 비트코인플래티넘(아직까지 사기인지 아닌지는 판명 나지 않았다)의 하드포크도 한 달 내 예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배당’ 호재를 업고 상승 랠리를 이어갈까. 아니면 각국 규제 이슈와 선물 상장에 따른 가격 변동성 확대로 내리막길에 들어설까.

비트코인플래티넘 후유증…남은 배당 믿을 수 있나

라이트닝비트코인(LBTC)이 내세우는 목표는 ‘비트코인을 더 거래하기 쉽게-번개처럼 빠르게(Make Bitcoin Transfer-Fast as Lightning)’ 하는 것이다. 곧, 결제ㆍ지급 수단으로 비트코인의 탄생 목적에 부합하게, 진화한 비트코인이 라이트닝비트코인이라는 게 개발자 측의 주장이다.

출처: lightningbitcoin.io

출처: lightningbitcoin.io

49만9999번째 블록에서 하드포크된다. 대략 오는 23일로 예상된다. 총 발행량은 2100만개다. 채굴(마이닝)에 참여한 이들이 거래 증명의 대가로 인센티브를 받는 작업증명(PoW) 방식과 지분을 가진 사람이 거래 증명에 참여해 인센티브를 받는 지분증명(PoS) 방식을 결합한 DPoS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한다(두 가지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개선된 거래 증명 방식으로 여겨진다).

블록 생성에 걸리는 시간을 약 3초로 줄였고(비트코인은 약 10분이다), 블록 사이즈는 2메가바이트(MB)로 키웠다. 채굴은 전용 채굴기(ASIC)가 아니라 개인 컴퓨터(CPU)로 가능하다. 내년 3분기에는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독특한 기술로 알려진 ‘스마트 계약’을 적용하고, 2019년에는 초당 1만건의 거래 처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렸다.

개발은 DAF의 창업자이자 초기 NEM(시가총액 9위)ㆍIOTA(6위) 등 주요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중국 사업가 잭 장(Jack Zhang)이 주도한다. 홈페이지에는 중국 주요 거래소인 후오비ㆍBTCCㆍOKeX 등의 지원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

출처: lightningbitcoin.io

출처: lightningbitcoin.io

비트코인우라늄(BTU)은 대략 오는 31일 하드포크를 앞두고 있다. 정확히 몇 번째 블록에서 하드포크가 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총 발행량 2100만개이고, 전용 채굴기(ASIC)가 아닌 보통 개인 컴퓨터로도 채굴할 수 있게 했다. 역시 채굴을 다시 분권화해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게 하드포크의 명분이다. 블록 사이즈는 1MB다. 또 사전 채굴을 하지 않는다. 현재 명확한 홈페이지도 없는 상태다.

비트코인캐시플러스는 50만1407번째 블록에서 분리ㆍ탄생된다. 대략 내년 1월 2일경으로 예상한다. 역시 하드포크의 목적을 비트코인의 ‘P2P 전자 화폐’로서의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채굴의 집중화를 막기 위해 ASIC 채굴이 아닌 개인 컴퓨터의 그래픽카드(GPU)로 채굴되도록 설계했다. 홈페이지(http://www.bitcoincashplus.org)에는 아직 개발팀이 누구인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밖에 ‘비트코인갓’도 등장할 태세다. 농담이 아니다. 암호화폐 뉴스업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최근 비트코인갓(Bitcoin GOD)도 출현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참고로 하드포크라고 알려진 비트코인실버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크라우드펀딩인 ICO를 통해 탄생한 화폐다. 10월 이미 자금 모집이 완료됐다.

그러나 배당 호재가 이전 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10일 비트코인플래티넘이 하드포크(49만8533번째 블록) 직전 연기 공지가 나오고, 이후 공식 트위터에 한글로 투자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스캠(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다음날 개발진을 자처하는 이들이 “BTP는 사기가 아니다. 우리(BTP 개발진)는 그런 글을 올린 적 없다. 개발팀에 고등학생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된 것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는 1만 달러의 기금으로 운영된다. 서버나 유지보수 비용에 쓰인다. 그리고 하드포크는 예정대로(50만번째 블록) 진행된다”고 밝혔다.

아직 사기극인지 해프닝인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하드포크를 무조건 호재로만 받아들였던 인식에 금이 갔다. 하드포크가 비트코인 생태계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의식하기 시작했다.

공포(FUD) vs 불안(FOMO)…순간 200만원 출렁

조정 없이 이어지던 상승 랠리는 한국발 규제 리스크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혀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만 그 강도는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여전히 1만7000달러선을 웃도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때때로 패닉 셀이 나오면서 가격이 급락한다. 이런 순간적인 가격 급락은 국내 시장이 훨씬 심하다.

예를 들어 19일 오후 8시경 2279만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시간도 안 돼 2172만원까지 밀렸다(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100만원이나 순간 급락했다. 이어 20일 오전 6시경에는 2232만원이던 가격이 한 시간 만에 2084만원까지 200만원 넘게 폭락했다. 이날 오전 10시엔 2214만원었다가 2060만원까지 떨어졌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이를 “FUD와 FOMO의 싸움”으로 분석했다. FUD는 ‘Fear(공포), Uncertainty(불확실성), Doubt(의심)’의 약자다.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심리다.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마일스톤 가격인 2000만원을 넘긴 상황에서 언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가격이 조금만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면 패닉 셀을 부른다. 매도가 매도를 불러 순간 가격이 200만원 넘게도 급락한다.

반면, 그렇게 급락한 가격은 금세 회복한다. 앞서 20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폭락한 후 다음 한 시간 이내 가격은 다시 원상태를 회복했다. 20일 오전 7시엔 2045만원이던 가격이 한 시간 만에 22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이날 오전 11시엔 2100만원까지 하락했던 가격이 역시 한 시간도 안 돼 2229만원까지 급등했다.

그만큼 쌀 때 산다는 매수세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는 FOMO로 해석 가능하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이다. 어떤 큰 이벤트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는 시대의 한가운데서 비트코인 혁명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큰돈 벌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불안해한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비트코인을 들고 있으면 5분마다 한 번 시세를 확인하고, 팔면 1분마다 시세를 확인한다’는 말이 있다. 곧, 급락보다 오히려 팔고 난 뒤의 급등이 더 두렵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전문가는 “가격이 어느 쪽으로든 방향을 틀기 전까지는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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