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억맨 김현수, 아버지가 좋아했던 LG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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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김현수. [연합뉴스]

김현수. [연합뉴스]

김현수(29·사진)의 선택은, 결국 프로야구 LG 트윈스 줄무늬 유니폼이었다.

미국서 돌아온 ‘타격 머신’ FA계약 #연봉 2000만원 연습생으로 출발 #11년 만에 외야수 최고 몸값 대박 #베테랑 방출, 선수 영입 잇단 실패 #팬들 비난 시달리던 LG 한숨 돌려 #아버지는 MBC시절부터 열성팬 #김현수 “승리로 팬들 성원에 보답”

LG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 김현수와 4년간 총액 115억 원(계약금 65억 원, 연봉 50억 원)에 계약했다”고 19일 발표했다. 115억원은 최형우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외야수 최고액(100억원)을 넘어선 새 기록이다. FA 총액으로는 이대호(4년 150억 원)에 이어 역대 2위다. 두산에 지급할 보상금(최대 22억 5000만원)까지 합치면 LG가 김현수 영입에 투자한 액수는 130억원을 넘는다. LG 구단의 기대가 몸값에 그대로 반영됐다.

2006년 신일고를 졸업한 좌타 외야수 김현수는, 두산에 입단해 2015년까지 10시즌 동안 1131경기에서, 타율 0.318, 142홈런·771타점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어느 구단도 그를 뽑지 않아 연봉 2000만원의 신고선수로 출발했다. 가능성을 읽은 김경문 감독(현 NC)이 기회를 줬고, 김현수는 3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발돋움했다.

김현수는 2015년 KBO리그 141경기에서 타율 0.326, 28홈런·121타점을 올렸다. 때마침 FA 자격을 얻었던 김현수는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에 출전해 MVP를 받았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총액 700만 달러(약 76억원)에 계약했다. 첫 시즌 3할 타율(0.302)을 기록했던 그는, 올 시즌엔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시즌 도중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 시즌이 끝난 뒤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었다.

LG는 스토브리그 들어 팀의 중심을 세워줄 대형 타자 영입을 추진했다. 김현수도 영입 대상 중 하나였고, 지난달부터 접촉했다. 양상문 단장은 공개적으로 김현수 영입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원했다. LG는 상황을 주시하며 기다렸다. 메이저리그 윈터리그가 끝났지만, 김현수 소식은 없었다. 기회라고 판단한 LG는 지난주 김현수 측을 만나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입에 성공했다.

LG는 최근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6위로 시즌을 마친 뒤 팬들의 퇴진 요구를 받았던 감독은 단장이 됐다. 반면 베테랑 선수들은 쫓기듯 팀을 떠났다. FA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손아섭(29·롯데), 황재균(30·kt) 등 FA 영입에 나섰지만 모두 놓쳤다.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33)와의 협상도 결렬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 영입은 팬들의 분노를 달랠 그나마 반전 카드다. LG는 올 시즌 강한 마운드를 갖고도, 물타선 탓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타격기계’ 김현수의 가세는 LG 타선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김현수의 아버지는 LG의 전신인 MBC 시절부터, 아들이 속한 두산이 아니라 LG 팬으로 유명하다. 아들 때문에 두산을 응원했지만 이젠 다시 LG의 승리를 기원하게 됐다. 김현수는 “새로운 기회를 준 LG 구단에 감사한다”며 “LG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며, 팬들의 성원에 더 많은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김원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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