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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료 ‘폭탄’으로 폭리, 속 보이는 골프장 꼼수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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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근 경기도 R골프장을 방문했던 아마추어 골퍼 이모(64·자영업) 씨는 라운드를 마친 뒤 명세서를 보고 화가 났다. 8만원 이던 카트 이용료가 1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안 그래도 골프장의 카트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25%나 올렸다”며 “국내에선 카트를 이용하지 않으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으니 반강제나 다름없는데 골프장들마다 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8만원이던 이용료 1~2만원 인상 #1300만원 짜리, 연 3600만원 매출 #한 번 구입하면 10~15년까지 사용 #캐디피와 달리 전액 골프장 수입 #“사실상 그린피 편법으로 올린 것”

전국 골프장의 카트 이용료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한동안 8만원(1인당 2만원) 선을 유지하던 카트 이용료는 지난 2015년 경기 남부 지역 인기 골프장들을 시작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경기 북부 지역 골프장들도 인상 대열에 들어서더니 올해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골프장 1인당 이용요금

골프장 1인당 이용요금

골프장 입장에서 보면 카트 이용료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다. 브랜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카트 1대당 가격은 대략 1300만 원 정도다. 보통 한 번 구입하면 10~15년 정도 사용한다. 투자금액이 연 100만 원 정도인 셈이다. 카트는 한 대당 1년에 400번 정도 운행한다. 카트 이용료가 9만원이면 연 3600만원의 매출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18홀짜리 골프장 하나에 카트가 40대 정도 있다. 1년에 카트로 14억4000만원의 매출이 난다.

경기도 S골프장은 “최근 카트를 교체하면서 카트 이용료를 10% 올렸다. 리스를 이용해 카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금융비용이 드는데다 부품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내장객이 적은 비인기 시간대에는 카트비를 면제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카트를 이용해 터무니 없는 수익을 챙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국산 배터리의 성능이 좋아진데다 카트 자체의 성능도 좋아져 잔 고장도 크게 줄었다. 연 100만 원 정도면 유지관리 및 보수가 가능하다”고 했다.

카트 한 대당 1년에 400회를 돌리면서 비용이 200만원 가량 들었다고 가정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제한 매출액은 3240만원이다. 수익률이 1500% 이상이다. 카트로 인한 수익이 워낙 좋기 때문에 일부 골프장 오너들은 카트 수입만 따로 관리하는 별도의 법인을 만들기도 한다. 골프장 주인의 개인 주머니로 카트 이용료가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골프장 카트 수익률은 원래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카트를 만드는 회사가 적어 가격이 지금보다 비쌌다. 배터리 등 부품 값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래도 카트 이용료는 4만원 정도였다. 카트 가격은 내리는데 정작 이용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 골프장들이 카트 이용료를 인상하는 이유는 내장객이 줄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M골프 경영연구소 김국종 소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골프장 내장객이 5~10% 정도 늘어났다. 프라이빗 골프장들이 대거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면서 세금이 줄어들었고, 그 덕분에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던 골퍼들이 골프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골프장들은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이용 요금을 올려도 손님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린피를 올리면 저항이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카트 이용료를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등 외국에서는 카트 이용료가 이렇게 비싸지 않다. 카트 이용도 필수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카트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최근 골프장을 다녀온 회사원 권모 씨는 “캐디피와 달리 카트 이용료는 고스란히 골프장의 수입인데 그린피와 구분해서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카트 이용료를 그린피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카트 이용료를 올린 것은 그린피를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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