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교류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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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오는 25일 노태우 차기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다케시타」(죽하등)일본수상이「성숙한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양국간 문화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한 사립대학에 1백만 달러를 기증해『다케시타 메모리얼홈』이라는 언어(일본어)등 연수시설을 설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의 「국민적 신뢰관계」를 두텁게 하기 위해 문화교류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다케시타」수상의 요청은 그의 전임자인「나카소네」(중증량강홍)전 수상보다 매우 은근하면서도 더욱 적극적이고 치밀한 면이 있다. 「나카소네」정권은 40억달러 경제협력을 둘러싼 제5공화국과의 외교교섭에서 대한 문학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려다 한국인의 반일감정으로 실패했으며「다케시타」정권은 그때 일을 거울삼아 법적 정통성을 되찾은 제6공화국과 같은 문제를 다루는데 매우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희석시키는데 가장 알맞은 것이 문화정책일 것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대만에서 성공한 선례를 가지고있다. 그러나 최근의 대만은 무분별한 일본문화 유입으로 중국 고유의 전통이 잠식되고 젊은 여성들의 검은 루즈·폭주족·사무라이 만화 및 영화·포르노 등이 범람할 뿐만 아니라 일본위성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1백20만엔(7백20만원)짜리 수신기세트가 암거래되는 일본화 현상으로 골치를 앓고있다.
일본의 연예흥행 및 레코드업자들은 한국 대학생들도 일본어 패션잡지를 즐겨보고 연가를 부르는데 구태여 정부가 일본문화의 진출을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고 물으면서 한국 문화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로비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 가수와 영화·연극이 일본에 진출한 만큼 한국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일부 인사들은 반일 성향이 짙은 한국인일수록 한 껍질 벗겨놓고 보면 그 이상 친일 적일 수 없으며 일단 문만 열리면 상업성이 강한 일본 문화는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둘 것으로 믿고있다.
한국의 일본연구가 기껏「일본어 연수」에 그친 정도에서 이루어지는 양국간 문화교류는 무역적자에서 보듯이 한국의 일방적인 문화적자로 엄청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비해야 될 것 같다.
최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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