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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雨綢繆<미우주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62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거안사위(居安思危)는 편안할 때도 위기를 생각하란 말이다. 얼마 전 급유선이 낚싯배와 충돌해 인명 피해를 낸 사고도 급유선이 거안사위 같은 경각심을 가졌으면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일단 사고가 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아무리 잘 수습한다고 해도 원래 사고가 나지 않았던 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손실이 크다. 양을 잃고 우리 고치는 망양보뢰(亡羊補牢)의 허탈한 심정이 된다고 할까.

그래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중요하다. 비슷한 뜻의 성어로 미우주무(未雨綢繆)가 있다. 기원전 1046년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상(商)나라를 멸망시켰다. 무왕은 상의 유민을 다독이고자 상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아들 무경(武庚)을 제후로 삼았다. 동시에 동생들인 관숙(管叔)과 채숙(蔡叔), 곽숙(霍叔)을 무경의 동쪽과 서쪽, 북쪽에 포진시켜 그를 감시하게 했다. 또 다른 동생들인 주공(周公)과 태공(太公), 소공(召公)은 도읍에 남아 자신을 보좌하게 했다. 이태 후 무왕이 중병에 걸렸다. 그러자 주공은 조상을 모신 제단에서 빌기를 자신이 형 대신 죽을 테니 형의 건강을 회복시켜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담긴 축원을 석실(石室)에 담고선 발설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무왕은 이내 숨졌고 어린 아들이 제위에 올랐다. 성왕(成王)이다. 주공이 무왕의 유훈에 따라 섭정을 하게 되자 관숙은 주공이 제위를 찬탈하려 한다는 소문을 냈다. 주공이 수도를 떠나자 관숙은 무경과 연대해 반란을 도모했다. 이에 주공이 성왕에게 ‘치효(鴟鴞·부엉이)’란 시를 지어 보냈다. ‘아직 비가 오지 않을 때 뽕나무 뿌리 껍질로 둥지를 단단히 얽매야 피해를 보지 않을 것’임을 일깨우는 내용이었다. 여기에서 비 오기 전에 부엉이가 둥지 문을 얽어 맨다는 뜻의 ‘미우주무’란 말이 나왔다. 화가 닥치기 전에 미리 방지해야 함을 이른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우리 정부가 새겨야 할 말이다. 한데 위험이 닥치면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는 타조와 같다는 이야기를 미국 사람으로부터 들어서야 되겠나.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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