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방영 자연 다큐멘터리『천적의 세계』|보는 재미 곁들인 교육적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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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TV가 지난 19일 방영한 자연다큐멘터리『천적의 세계』는 곤충들의 먹이사슬을 철저하게 관찰, 자연과 생명의 원초적인 의미를 영상화한 수작 다큐멘터리였다.
『천적의 세계』는 인간의 시선이 결여된 자연다큐멘터리는 결국 훌륭한 관찰기 또는 비싼 박제수집밖에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준 경우였다. 따라서『천적의 세계』의 가장 잘된 점은 제작진의 성실성 말고도 이 같은 프로가 교육적 효과와 함께「보는 재미」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약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친 노작『천적의 세계』는 거품벌레의 위장술, 나방의 보호색과 무늬, 폭탄먼지벌레의 방어법 등과 천적관계가 아닌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관계 등 미시적인 자연계의 현상이 곧 얼마나 거대한 질서 속에 움직이고 있는가를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미속 카메라와 수중카메라 등을 동원해 포착했다.
시청자들의 놀라움은 이 다큐멘터리에 나온 곤충들이 먼 아프리카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국토와 우리의 생활주변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는『동물의 왕국』등 외국 다큐멘터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는 특히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을 것 같다.
또 이 다큐멘터리는 먹고 먹히는 곤충들의 천적관계를 소재로 택한 기획의 흥미로움이 갈 나타났는데 그 중에서 잠자리를 포식중인 암커미에게 달려들어 교미를 나누는 수커미라든지, 방금 사랑을 나누던 수사마귀를 잡아먹던 암사마귀가 때아닌 침입자와 수사마귀의 시체(?)를 놓고 격투를 벌이는 장면 등은 생존경쟁의 한 단면이면서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유머러스(?)한 것이기도 했다.
또『천적의 세계』가 배면에 지닌 유머는 자신들도 먹이사슬에 묶여 있을 생물(시청자)들이 다른 생물들의 먹고 먹히는 현장을 지켜봤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재방을 할만한 자연다큐멘터리였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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