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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놓고 붓 잡은 전직 기자 3인의 서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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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3인3색 서예전을 여는 전직 언론인 윤국병, 임철순, 권혁승씨.(왼쪽부터) [사진 신상순]

3인3색 서예전을 여는 전직 언론인 윤국병, 임철순, 권혁승씨.(왼쪽부터) [사진 신상순]

언론직필(言論直筆)을 구호 삼아 정론(正論)을 펼쳐가던 세 기자가 있었다. 한 신문사에 몇 년 터울로 입사해 선후배 사이로 아웅다웅 취재 현장을 누비던 그들은 또 하나 ‘직필’을 가슴에 품어 닮은꼴이었다. 일찌감치 서예에 입문해 글씨 공부에 매진하며 어깨 너머로 서로의 솜씨를 견주었다.

선후배 권혁승·윤국병·임철순 #인사동서 ‘언론동행 삼인전’

한국일보에서 편집국장·주필·사장을 역임한 백교(白橋) 권혁승(84), 편집국장과 코리아타임스·소년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여산(餘山) 윤국병(76), 편집국장·주필·논설고문을 거쳐 현재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인 담연(淡硯) 임철순(64)씨다.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리는 ‘언론동행 삼인전’은 평생을 읽고 쓰고 고민해온 영원한 현역이 붓글씨로 쓴 취재수첩이다.

백교와 여산은 한국 서예계의 영원한 스승이라 할 검여 유희강과 남전 원중식으로 이어지는 시계연서회(柴溪硏書會)의 명예회원이다. 담연은 강암 송성용과 하석 박원규로 흐르는 겸수회(兼修會)의 회원이다. 따르는 글씨 스승은 다르지만 종이 신문기자로 살아온 수십 년 세월에 응결된 뼈와 살의 핵이 글씨에 녹아 번득인다.

임철순 주필은 “언론의 덕목과 자세에 관한 춘추필법(春秋筆法), 정언수중(正言守中), 광개언로(廣開言路) 등 사필의 준엄한 언명을 하나씩 썼다”고 밝혔다. 직업으로서의 신문기자 위상이 땅에 떨어지는 시대라 해도 그 본질은 변할 수 없다는 뜻을 담았다. 각기 30여 점씩 발표한 작품은 주제를 달리했다. 고향 강릉에서 효 문화 선양에 힘쓰고 있는 권혁승씨는 ‘효(孝)’, 황해도 출신인 윤국병씨는 ‘무욕(無慾)’, 영원한 문학청년인 임철순씨는 ‘시(時)’를 주제로 썼다. 가장 젊은 막내로서 두 분을 도와 전시를 준비한 임 주필은 “솜씨가 빈약해 부끄럽지만 다른 분들의 은퇴 후 삶에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큰 기쁨이겠다”고 초대의 인사를 대신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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