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수부, "자체 감사 결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축소 정황 확인"

중앙일보

입력

목포신항 세월호 /프리랜서 오종찬/171116

목포신항 세월호 /프리랜서 오종찬/171116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현 정부의 자체 감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 정부가 특조위 활동 기간을 축소하기 위해 시작 시점을 임의로 앞당긴 사실도 밝혀졌다.

김영춘 장관 지시로 9월부터 진상조사 실시 #특조위 대응 문건, 활동기간 축소 시도 확인 #"청와대와 협의" 진술 확보…검찰에 수사 의뢰

 해수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세월호 특조위 업무방해 여부 조사결과’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앞서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던 이전 정부의 세월호 진상규명 은폐 의혹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자리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해수부 내부에서 ‘세월호 특조위, 현안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직원들이 사용하던 업무용 메일에서 이 문건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당시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해수부는 당시 실무자에게서 “상부 지시로 이 문건을 작성했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해양수산비서관실과 작성 과정에서 협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논란이 많았던 특조위 활동 기간 설정과 관련해, 정부가 활동 시작 시점을 일부러 앞당겨 설정해 조기 종료를 유도한 정황도 나타났다. 당시 다양한 법적 검토가 있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 시점을 2015년 1월 1일로 못 박았다는 게 현 해수부 측 설명이다.

 조사 결과 당시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은 2015년 2월~5월 6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해 언제를 특조위 활동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하는지 문의했다. 그 결과 2월 26일(임명절차 완료일) 또는 8월 4일(사무소 구성 완료일)을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법제처가 2월 17일(대통령 재가일)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관계차관회의에 두 차례 전달했는데도 해수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류 감사관은 “2015년 11월 23일 특조위가 청와대에 대한 참사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조사를 결정하자 해수부가 활동 시점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특조위 의사와 무관하게 특조위 활동기한이 2016년 6월 30일로 축소돼 조기 종료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 축소와 현안 대응방안 문건 작성 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 대상을 특정해 고발하기는 어렵지만 검찰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을 접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을 접견하고 있다.

 이로써 해수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자체 감사를 통해 일부 사실로 인정하게 됐다. 김영춘 장관 지시로 지난 9월 하순부터 석 달여간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특조위 파견 공무원의 세월호 유가족 고발 사주 의혹과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의 국가기록원 이관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앞서 우익단체인 태극의열단 오성탁 총재는 “지난해 1월 해수부에서 세월호 특조위로 파견된 과장급 공무원에게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말을 한 혐의로 세월호 유가족을 고발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공무원을 조사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며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류 감사관은 “이와 관련해 고소인의 진술과 녹취록 등 증빙자료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 의혹 해소를 위한 자체 조사를 하지 못했다”면서 “차후 제2기 특조위에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해 봉인한 게 적정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2016년 9월 28일 특조위 전원위원회에서 국가기록원에 이관하기로 자체 의결했기 때문에 자료를 은폐하기 위한 불법이관 혐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류 감사관은 “우리 부 직원을 제외한 타 부처 직원, 특조위 조사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어 내부 감사 기능의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세월호 인양 관련 기타 의혹에 대해서는 새롭게 출범하는 제2기 특조위에서 조사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