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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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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 홀이 신축 개관된 것은 63년10월15일이었다.
그 날 베를린필의 종신지휘자 「카라얀」 옹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환희의 송가』를 개관기념 첫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렸다.
유서 깊은 전용연주회관(1천4백석)을 2차 대전 때 폭격으로 잃고 이곳 저곳으로 전전하기 실로 20년만에 갖는 전용 홀이었다. 그래서 그 날의 연주회는 음악예술의 축제라기보다 차라리 건축예술의 축제라 해야 옳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3년에 걸쳐 1천6백만 마르크(당시 미화 4백만 달러)를 들인 2천2백20석의 이 베를린 필하모닉홀은 음악과 건축, 예술과 첨단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음악의 전당이었기 때문이다.
베를린예술원의 「한스·샤론」 교수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우선 연주자와 청중을 대립시키는 전통적 콘서트 홀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었다.
종래에는 청중이 지휘자의 등만 바라보던 것이 여기서는 얼굴도 보고 옆모습도 볼 수 있다. 무대를 홀의 중앙에 자리잡게 함으로써 음악을 청중 속으로 가져온 것이다.
세계적 명성의 이 베를린 필하모닉 홑을 무색하게 하는 음악전용 연주장이 우리나라에도 신축되어 15일 문을 열었다. 「예술의 전당」 중 먼저 개관하는 음악당이 바로 그것이다.
1층 객석과 2층 발코니로 구성된 총 2천6백 석의 이 음악당(김석철씨 설계)은 다목적 무대인 기존의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과는 전혀 다르다.
부채꼴로 배치한 좌석도 그렇지만, 무대가 전면 중앙에 위치해 사방에서 연주자를 볼 수 있어 청중과 연주자와의 친화력을 높였다.
그뿐 아니라 각종 부대시설은 물론 휴게실, 스낵바 등도 갖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이 예술의 전당에는 이날 같이 개관하는 서예관을 비롯해 축제극장(오페라전용), 국악당, 미술관, 야외극장, 자료관, 교육관, 만남의 거리 등이 92년까지 들어선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거대한 「문화공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산비탈에 늘어선 크레인이 볼썽 사나운 가운데 일부개관을 서두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이 웅장한 공간 속에 어떤 내용을 알차게 담느냐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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