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권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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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4년 민청학련사건 변론도중「긴급조치를 비방하고 재판부를 모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강신옥 변호사에 대한 재항소심 재판이 14년만에 열렸다. l2일 하오3시 서울고법105호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 『담당 재판부가 당시 변론을 제지한 적이 있읍니까.』『재판장이 몇차례 말을 삼가도록 이야기하는 것 같았으나 변론에 열중한 나머지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재판부는 간략한 신문을 끝내고 곧바로 결심에 들어갔다.『새로운 증거조사는 필요없는 것으로 인정돼 이것으로 사실심리를 종결하겠습니다. 검찰관, 의견 진술하시죠.』『피고인들 징역1년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 논고문 없이 구형하는 검사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범법자들에게 추상같던 통상의 검찰모습과는 왠지 거리가 있었다.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으므로 이 자리에서 긴급조치에 대해 재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의 소송제도와도 깊이 관련돼 있는 변호권의 범위를 가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나라 사법부의 건전한 발전과 함께 변호권이 무엇인지를 역사에 길이 남길수 있도록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변호인의 변론. 강변호사가 최후진술을 했다.
『추상적 의미의 사법권독립은 법관의 독립을 뜻하지만 구체적으론 변호권의 독립을 뜻합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아무 두려움 없이 변론할 수 있어야 사법권독립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사법권독립이 쟁취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걸려있다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벌써 1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빌어진다면 저는 지금도 똑같은 변론을 할 것입니다.』
재판은 10여분만에 싱겁게(?)끝났다. 유신의 후유증은 아직도 우리사회 한구석에 남아있었다.<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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