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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나마 밀월 마약밀매로 "삐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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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록 부패한 정권이라도 국익에 합치되면 강력히 뒷받침해 오던 미국이 최근 파나마의 실권군인 군사령관「안토니오·노리에가」장군을 마약밀매혐의로 기소, 파나마가 이에 반발해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등 밀월동맹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연방대배심은 지난주 「노리에가」장군이 주로 미국으로 밀수출되는 중미마약거래의 80%를 관할하는 마약카르델 조직인 메델린읕 보호해 주며 그동안 4백60만달러를 받았다고 기소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노리에가」가 마약밀조자들과의 관계를 갖고 2억∼10억달러의 재산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아 주었다.
이는 「노리에가」가 오랫동안(68년부터)미국정보기관에 쿠바의 활동과 파나마의 국내정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미 정보기관이 파나마에 전자감시기구를 운영토록 허용했으며 콘트라 반군의 훈련장소제공, 파나마운하 지역에 미 남부사령부 기지를 제공해왔기 때문.
파나마는 운하의 전략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남미정책에 중요한 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왔고 「노리에가」는 최상의 협력자였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키고 있는 「노리에가」는 83년 군최고사령관이 되면서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파나마의 사실상 실력자로 군림하며 혹독한 독재정치를 폈다. 많은 민주인토들이 불법적으로 체포되어 고문당하고 야당지도자가 암살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노리에가」를 이용하던 미국은 파나마 국내에서 「노리에가」를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자「아미티지」국방성차관보를 보내 「노리에가」가 조용히 물러날 것을 권고했다.
「노리에가」가 이를 거부하자 마이아미에 있는 연방대 배심원의 그에 대한 마약밀매혐의 기소를 묵인했다.
「노리에가」의 퇴진을 추진하면서 다른 부패혐의자는 다치지 않은채 군부안에서 새로 파트너를 찾아 미국이익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노리에가」는 이번 기소가 자신이 85년 미국의 니카라과 침공협력요청을 거부한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 파나마인들의 애국심과 주변 중미국가들의 지원을 호소하며 파나마 주둔 미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고 나서 두나라 관계가 한창 긴장되고 있다.
이처럼 「노리에가」와 미국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참에 워싱턴정가의 불법로비활동혐의로 파문을 일으켰던 박동선씨가 「노리에가」의 부탁을 받고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음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있다. 미국이 「노리에가」를 기소하기전까지 박씨는 그를 위해 권력브로커와 국제기업인을 만나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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