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허점 많은 공직자 재산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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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임야 830평 4262만원→실거래가는 2억4000여만원'

지난달 28일 공개된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용 중 일부다.

신고가격과 현재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은 차이가 있다. 이는 최초 매입 당시의 공시지가나 기준시가로 신고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1일 입법.사법.행정 3부 고위직 인사 1112명에 대한 정기재산변동 신고 내용을 자체 분석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토지는 공시지가(건설교통부가 산정하는 토지 관련 세금의 기준가격), 아파트.연립주택 등은 기준시가(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가격), 골프 회원권은 국세청 기준시가로 각각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아파트.연립주택 등은 기준시가를 근거로 하지만 취득 당시냐 신고 연도냐가 법에 명확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신고액을 낮출 수 있는 취득 당시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4급으로 승진할 때 재산 신고를 처음 하는 공직자들은 1급으로 승진하면 그해의 공시지가 또는 기준시가로 재산 신고를 다시 하게 돼 재산 총액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후 퇴직할 때까지는 이때의 신고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현 시세로 환산할 경우 공직자들의 재산 규모는 공개된 것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개연도의 공시지가 또는 기준시가로 재산 신고를 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파트.골프회원권, 시세에 못 미쳐=행정부의 모 장관은 본인 명의의 아파트가 강남에 두 채였다. 서울 서초동 우성아파트 30평대와 무지개아파트 45평대를 각각 1억2000만원과 2억4700만원에 신고했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우성아파트가 7억~7억5000만원, 무지개아파트가 9억5000만~1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관은 서울 압구정동 41평짜리 한양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3억1000만원에 신고했다. 시세는 10억원대를 호가한다. 이는 매입 당시의 가격과 현재의 기준시가 혹은 시가가 크게 달라 나타난 차이다. 서울 대치동 M아파트 46평형의 경우 기준시가는 1998년 3억2000만원, 2001년 4억2000만원, 2005년 8억4000만원이었다.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골프장 회원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또 다른 장관급 인사는 한원CC 회원권을 1350만원이라고 했다. 현재 기준시가는 4600만원이다. 한 경제 고위 관료는 부인 명의의 대지인 서울 중구 장교동 일대 34평가량의 땅을 1억3100만원에 신고했지만 이 일대의 땅값 시세는 3억원대다. 국책은행의 한 간부는 경기도 고양시에 임야 833평을 4262만원으로 신고했다. 시세는 1억원을 넘는다.

◆ 분양면적보다 작은 전용면적으로 신고=아파트 등을 등기부등본상의 전용면적으로 신고토록 함에 따라 분양면적 101평짜리 아파트가 75평으로 신고된 경우도 있었다. 모 경제 부처 공직자의 경우 55평 아파트가 46평으로 등록됐다.

조강수.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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