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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시인 이성복 vs 소설가 이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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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시인 이성복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77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 금산''아, 입이 없는 것들' 등 ▶82년 김수영문학상, 90년 소월문학상 ▶미당문학상 후보작 '어쩌면 거기 있기나 한 듯이' 외 14편

*** 소설가 이인성

▶1953년 서울 출생 ▶80년 '문학과지성' 통해 등단 ▶소설집 '낯선 시간속으로''미쳐버리고 싶은, 미치지 않는''강 어귀에 섬 하나' ▶89년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악몽여관 407호-이야기의 시작, 시작의 이야기'

지난 6월 10년 만에 다섯번째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을 펴낸 시인 이성복(51)씨는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소설가 이인성(50)씨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실었다.

'인성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이성복씨는 이인성씨를 '내 젊은 날의 자아, 더 정확하게는 내 젊은 시절 자아의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오랜만에 시집을 낸다는 소식에 네(이인성)가 기뻐해 줘 제일 기뻤다'는, 사적인 냄새 풀풀 나는 편지에서 이성복씨는 시집에 담긴 의미, 시집을 낸 소회를 친절하게 털어놓았다.

이성복씨의 고등학교, 대학교 과 후배인 이인성씨는 "이성복의 시는 무조건 좋아한다. 그냥 거기에 빠져버린다. 이미지들이 뛰어나서 이미지를 가지고 혼자 상상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는 문단 주변에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더 서로의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하기가 조심스럽다. 객관적 평가에 필요한 거리가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 때문이다. 이성복씨가 대담을 극구 꺼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평론가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성복씨는 네루다.예이츠 등 외국 유명 시인들의 시를 인용한 시편들과 '어쩌면 거기 있기나 한 듯이' 등 15편의 시로 미당문학상 후보가 됐고, 이인성씨는 '악몽여관 407호-이야기의 시작, 시작의 이야기'로 황순원문학상 후보가 됐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어쩌면…'은 말[馬]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남성적인 상징, 눈에 보이지 않는 '선조들의 하늘'로 이어진 생명의 길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이성복씨는 "'어쩌면…'을 포함해 이번 후보에 오른 모든 시들이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연재를 준비하다가 만들어졌다.

연재가 끝난 후 외국 시에 붙여 내 식으로 써보다 보니 나중에는 외국 시를 떼버리게 됐다"며 "이 때문에 이번 시편들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모색.연습이랄까, 진행형으로서의 글쓰기, 일종의 놀이"라고 말했다.

이성복씨는 '시에 대한 시'들만을 모아 시집을 낼 계획이다. 이인성씨는 '악몽여관…'에 대해 "꿈 속에 들어있는 어떤 신화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라며 "처용설화를 끌어다 쓴 이전 소설 '강 어귀에 섬 하나'가 가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모색했다면 '악몽여관…'은 가면 밑에 숨어 있는 무의식, 욕망의 뿌리를 찾아 더 밑으로 내려가 본 것이랄 수 있다"고 말했다.

'악몽여관…' 은 어머니의 태내적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믿는 한 남자가 여관방 407호 거울 속 세계로 들어가 어머니를 찾지만, 딸아이를 죽이고 여자로 거듭나지 않으면 어머니와 잘 운명이라는 마애불의 경고에 따라 '남자 같은 여자'로 변해 돌아온 곳에서, 407호 창문을 통해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는 뼈대의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씨는 "이야기라는 게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 같은 작품"이라며 "현실 자체가 꿈과 현실이 뒤섞여 이해 불가능하다면 소설 역시 이해가능한 질서, 정돈된 논리만을 제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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