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야당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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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정치에 있어 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능력과 자세를 견지해 왔는가. 불행하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아니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여당의 탄압과 규제, 야당 자체의 분열, 그리고 사회의 분화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야당의 경직성 등을 들 수 있다.
1987년 12월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눈앞에서 놓쳐버린 야당의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은 자못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 선거 결과와 더불어 한국의 내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세대교체·산업화·시민 사회화, 그리고 국제화-등은 야당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의 야당 사를 돌이켜 볼 때 가장 두더러 지는 것은 반 정부투쟁이었고 이를 위해 탄압과 옥고를 치르고 지도력을 발휘한 인물이 야당의 지도자가 되었으며 정당 활동은 이 지도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것은 야당이「이익의 표출이나 집결」을 위한 정책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물 중심의 야당은 임명 및 공천 권을 행사하는「두목」과 그의 특혜를 받는데 열중해 온 「졸개」들 간의 하향식 조직으로 일관돼 왔고 당 내 민주주의의 부재를 낳았다. 집권당의 다당화 전략에 맞서 야당의 단합이 절실했었음에도 불구, 한국의 야당들은 권력 장악이 가능해질 시기에 임박하면 지도자들의 정권욕으로 적전 분열을 자행, 야당의 파편 화를 초래하곤 했다.
1987년 대통령선거는 이러한 경향을 뚜렷하게 나타낸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야당들은 이제 정치 역학에 있어 1/2이 아니라 1/4 또는 1/5정도의 힘 밖에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한국 사회의 분화는 소외된 급진 세력과 이에 강한 반동을 보이는 보수 세력의 양극단 사이에 사회 안정과 민주화를 통해 자기 이익을 옹호하려하는 중간 계층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야당도 이제는「독재 대 민주」「군정 대 민정」등의 단순한 구호보다도 정책과 이념의 개발에 전력해야 한다.
또한 정당 활동도 인물중심에서 지지세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안병준<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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