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월말 외화보유고 47억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은행은 최근 1월 말 현재 우리 나라 외환보유액은 47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작년 말 외환보유액이 9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는 국민들은 눈이 휘둥그래질 일이다.
그러나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외환보유액개념과 계산기준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는 정부와 한은이 가지고 있는 대외외화자산(공적 보유액)뿐만 아니라 국내외국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것까지 포함한 액수를 외환보유액으로 공표 해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예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도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을 그 나라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자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그 동안 공적보유액에 외국환은행의 외화자산까지 합쳐 발표한 것은 공적보유액만을 계산할 경우 그 규모가 너무 작아 대외신용도가 떨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외채는 많은데 외환보유고까지 적으면 국가간 거래에 있어 「부도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찍히게 된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국환은행의 외화자산까지 합친 금액을 외환보유액으로 발표 해왔던 것이다.
75년 말 공적보유액은 7억 8천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85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의 공적보유액은 30억달러를 넘지 못했다. 85년 말 대외적으로 공표 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77억5천만달러이므로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48억 달러 이상을 부풀려 발표했던 것.
그러던 것이 86년부터 대외거래에서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급한 외채를 꺼나가는 것은 물론 외환보유액도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1월 말 현재 종전개념의 외환보유액은 98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외국환은행의 대외외화자산 51억 달러를 뺀 47억 달러가 정부와 한은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외환보유액이 된다.
공적보유액 47억 달러는 현재 금이 3천1백60만 달러, SDR (IMF특별인출권)가 1천5백만 달러, IMF기금으로 90만 달러, 그리고 나머지는 외국돈으로 보유하고 있다. 외국돈의 70∼80%는 역시 미 달러화이며 나머지는 일본엔화와 서독마르크화가 차지하고 있다.
보유외화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비율은 다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수익성만을 좇아 강세통화를 많이 사들일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중앙은행이 환투기를 한다는 비난도 쏟아지기 때문에 주로 안정성 위주로 운용된다.
국내외국환은행이 가지고있는 외화자산 51억 달러는 국내 수출업체가 해외에 물건을 수출하고 받은 환어음이 70%를 차지한다. 그 외는 국내은행이 여유자금으로 사들인 해외유가증권이라든가 외국금융기관에 예치해 놓은 돈들이다.

<심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