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원 받고 수사편의’ 봐준 전직 경찰...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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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러스트.

경찰 일러스트.

주변 사람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경찰 수사에 대한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모 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52)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346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박 전 경감은 주변 인물 3명으로부터 수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7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박 전 경감의 지인들은 각자의 사업을 하면서 경찰 수사를 자주 받게 되자 금품을 주며 이같은 부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관리인 박모씨(57)는 불법 게임장 운영, 부동산 관련 이권 분쟁에 개입해 사기로 고소당하면서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게 되자 담당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로 1360만원 상당의 렌터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단계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백모씨(49)와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강모씨(50) 역시 사업과 관련한 수사를 받게 되자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취지로 각각 610만원과 736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경감은 이들의 소식을 듣고 사건을 담당하는 후배 경찰관들에게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할 책임이 있는 경찰로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관련된 지인들에게 수사와 관련해 담당 경찰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백씨와 강씨에게 청탁을 받고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알선 청탁에 따라 담당 경찰에게 알선 행위를 실질적으로 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박 전 경감의 행위는 직무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전 경감과 박씨 사이에 실제 금전 거래가 확인되고 당시 채권도 있었다"며 "알선 뇌물수수에 대한 의심이 드는 사정은 있지만, 의심만으로 박 전 경감과 박씨 사이에 주고받은 렌터카 사용료 상당 이득액이 알선 뇌물수수라고 보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백씨와 강씨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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