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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귀화 국가대표' 랍신, 바이애슬론 시즌 첫 월드컵 13위...한국 최고 성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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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 [사진제공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환하게 웃는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 [사진제공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러시아 시베리아 출신 '설원의 전사' 티모페이 랍신(29)이 한국 바이애슬론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시즌 첫 바이애슬론 월드컵에서 역대 한국 남자 선수 최고 성적을 냈다.

랍신은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 23분17초5의 기록으로 참가 선수 108명 중 13위에 올랐다. 랍신이 월드컵에서 거둔 13위는 지난 시즌 독일 오베르호프에서 열린 월드컵 10km 스프린트 경기에서 51위를 기록한 이인복을 넘어선 역대 한국 남자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여자 선수 중에선 지난 2월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 15km에서 5위에 오른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가 메이저급 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차 월드컵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 역주하는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차 월드컵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 역주하는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지난 2월 법무부의 체육 우수인재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했던 랍신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시즌을 맞았다. 지난 5월 무릎 통증 때문에 수술을 하고, 4개월여간 재활에 매달리면서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훈련해온 랍신은 시즌 첫 월드컵 개인전에서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태어나고 자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대표로 뛰었던 그는 월드컵 통산 6차례 우승을 거뒀던 실력파 선수다. 그러나 파벌 갈등에 대표팀에서 밀렸다 고민 끝에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으로의 귀화를 결심했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국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랍신을 영입하기 위해 두달여 동안 끈질기게 설득했다.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차 월드컵 남자 10km 스프린트 경기를 마친 뒤 장비 정리를 하는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차 월드컵 남자 10km 스프린트 경기를 마친 뒤 장비 정리를 하는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사격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결합한 종목인 바이애슬론은 스피드와 사격술을 겸비해야 한다. 스프린트 종목에서 사격은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그 개수만큼 사격대 주변에 따로 설치된 벌칙 코스를 돌아야 한다. 가장 짧은 시간에 코스를 완주한 선수 순으로 순위를 매긴다.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랍신은 이날 10km 스프린트에서 쏴야 할 10발(서서쏴 5발, 엎드려쏴 5발)을 모두 맞히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막판 체력 저하로 10위권 바깥으로 밀렸지만, 중반까지는 2~3위권을 달렸다. 랍신은 경기 후 "몸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중반 이후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뛰는 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다. 차츰 좋아질 것"이라면서 "점점 몸상태를 끌어올리면서 다음달 초에 열릴 4차 월드컵(독일 오베르호프) 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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