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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불견 선거법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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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희창 <정치부 기자>]국회의원 선거법 협상 양상이 날이 갈수록 꼴불견이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한다』면서도 「당대 당」이니, 「연석회의」니 협상방식을 놓고 티격태격하면서 금쪽 같은 시간만 까먹고 있는 것이다.
3일의 4당 연석회의가 불발한 사연도 들어보면 한심스럽다.
「소선거구제 관철」을 주장하며 야당과의 협의는 거부하면서 4당 연석회의엔 참석하는 평민당 속셈을 알 수 없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평민 당과는 자리를 같이 못하겠다는 민주당 소견머리도 좁기 그지없다.
또 민정당도, 민주당도, 평민당도 협상이라는 것을 하러 나왔다면서 자기들 방안을 고수하기만 하고 있다.
민정당은 1구 1∼3인제 테두리 안에서 맴돌고 있고 민주당은 1구 2∼3인 제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민당은 아예 소선거구제가 관철 안 되면 국회에도 불참하고 군중집회로 나가겠다 고까지 하고 있다.
때문에 협상대표들이 만나면 똑같은 소리를 늘어놓다가 헤어지곤 한다.
무슨 고등전술이 숨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 끌기 지연작전인지 알 수 없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협상에 도무지 신물이 날 지경이다.
야당끼리는 한 쪽에서 『내가 제 1야당이니 나하고만 협의하자』고 하면 다른 당에선 『여당과 야합한다』고 서로 헐뜯는 논쟁이나 벌이고 있다.
본은 젖혀두고 말에 매달리는 꼴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정당의 협상태도가 문제다. 지금까지 민정 당이 취하고 있는 협상태도는 어떻게 하면 시간을 끌고, 어떻게 하면 야권의 분열 상을 극대화시켜 나가느냐는 데 노력을 쏟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즉 「합의를 위해 이렇게 애를 썼는데도 안되니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명분을 얻기 위한 전략에만 너무 매달려 있는 것이다.
야당 내부의 이견 폭이 너무 큰데 거기에다가 『단일 안 만들어 와라』고 요구하는 건 「술책」 이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지금 안은 협상용이고 강행할 때엔 국민적 지지를 받는 안으로 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여당이면 처음부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을 들고 나와 그것으로 당당히 협상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지나친 당략보다 여당의 금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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