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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보다 집안? 못 참겠다”…이탈리아 떠나는 젊은 인재들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학생들이 인턴십 협력업체인 맥도날드 점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달걀이나 토마토를 매장에 던지기도 했다. [EPA]

이탈리아 학생들이 인턴십 협력업체인 맥도날드 점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달걀이나 토마토를 매장에 던지기도 했다. [EPA]

이탈리아 젊은 인재들이 앞다퉈 영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떠나면서 두뇌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이민재단에 따르면 2016년 해외로 떠난 이탈리아인은 12만4076명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15.4% 증가했다.

특히 2015년에는 이민자 중 청년층(18~34세) 비중이 36.7%였지만 작년에는 39.2%로 늘어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이탈하는 흐름을 보인다.

젊은이들이 이탈리아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38.4%로 유럽연합(EU) 평균(20.8%)보다 훨씬 높았다.

어렵게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해 4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로 일해야 한다. 전문직이라고 하더라도 엔지니어의 경우 EU 평균 연봉인 4만8500유로(약 6300만원)에 비해 훨씬 적은 3만8500유로(약 495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예전에는 교수 자리를 찾지 못한 일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이탈리아를 떠났지만, 요즘은 의사, 소프트웨어 기술자, 헬스케어 전문가 같은 고급 인력들이 속속 다른 나라에서 일자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단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뿐 아니라 능력보다는 연줄이나 연공서열이 미래를 좌우하는 사회 분위기에 환멸을 느끼는 이탈리아 젊은이가 많다”며 “경제가 호전되더라도 기성세대가 혜택을 받고 젊은이들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게 이탈리아의 구조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 오페라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는 발렌티나 브레산(42)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국 이탈리아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이런 일자리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집안에 태어나지 않으면 능력이 있어도 괜찮은 일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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