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오리』신선한 소재…폭넓은 상상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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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나 시조나 언어들의 행위다. 이 같은 언어의 결정을 빚어내는 작업이 곧 창작이다. 그런데 어느 경우엔 언어가 언어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지리 하다. 반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배경을 이끌고 나오는 경우·시의 폭은 넓어진다. 이는 곧 이미지(상)를 얼마나 심화했느냐 하는 말과 같다. 얼마나 많은 고뇌와 습작의 과정을 밟았느냐 하는 말과도 통하는 것이다.
『설화』는 우리의 한과 핏빛 아픔을 흰 눈꽃에서 캐어내려 하고 있다. 시각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한강 물오리』는 소재의 선택이 새로움을 주고 비교적 상상의 폭을 넓히는 솜씨가 눈에 띈다.
『눈』은 같은 소재지만 전자의 작품 보다 훨씬 간결하다. 그 만큼 순화해 가고 있지만, 그 흐름이 너무 손쉬운 것 같고 시를 빚는 자세가 다소 안이한 게 흠이다.
『섬』은 꽤나 자기의 진실을 섬에 옮겨 담으려 애쓴 자취가 보인다. <가슴 앓던 밤바다가 하얗게 누워 있다>등이 그것이다.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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