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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한국 패션, 유럽 봄바람 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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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3일 이탈리아 밀라노 '피에라 디밀라노' 전시장에서 열린 보그 스포트라이트 행사에서 모델이 MCM의 의상과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 이탈리아 보그가 주목하다=지난해 시작된 '보그 스포트라이트'는 잠재력에 비해 규모가 작아 바이어와 언론의 주목을 받기 힘든 신흥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를 위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패션담당기자 수지 멘키스를 비롯해 각국 패션담당 기자와 바이어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마누엘라 슈마이들러 보그 전속 총괄 에디터는 "이중 데렐쿠니는 데이웨어(평상복), MCM은 글로벌 명품 부문에 각각 선정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패션 브랜드였던 MCM은 한국의 성주 D&D가 지난해 11월 인수, 한국 브랜드가 됐다. 데렐쿠니는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민씨를 제일모직이 2003년 상무로 영입, 2004년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다. 이정민 상무는 "이탈리아가 패션 주도국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선정 자체만으로도 이탈리아 패션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다"고 말했다.

쇼가 시작되고 브랜드별로 열띤 소개가 이어졌다. 블루 에어리어는 캐시미어 소재를 이용해 활동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그리말디 지아르디나는 단순하면서도 이탈리아 전통 이미지가 강한 검은색 드레스를 선보였다.

MCM은 블랙을 위주로 한 스포티한 디자인에 로고 프린트가 선명한 가방과 액세서리를 매치시킨 의상을 내놓았다. 데렐쿠니는 한복의 배자(저고리위에 입는 짧은 조끼)를 응용한 의상을 무대에 올렸다. 스커트의 경우 전통 한복의 라인을 사용했고, 소재도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비단을 누빔처리했다. 이날 MCM은 한국 대신 독일을 내세우는 전략을 쓴 반면 데렐쿠니는 의상 설명에서도 한국을 강조했다.

◆ 마이클 미쉘스키의 '젊은 명품론'=성주 D&D는 23일부터 27일까지 밀라노 불가리 호텔에서 바이어를 위한 쇼룸을 단독으로 열었다. 루이뷔통 브랜드 매니저 출신으로 패션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필립 수상은 "MCM은 현대적 여성상을 잘 소화한 창의적 재능과 훌륭한 퀄리티가 잘 어우러져 있다"고 호평했다.

성주가 MCM을 통해 내세우는 '얼굴'은 독일 출신의 수석 디자이너 마이클 미쉘스키다. 미쉘스키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아디다스 요지 야마모토 라인과 스텔라 매카트니 라인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

그는 가죽 가방 브랜드로만 인식되던 MCM의 토털 브랜드(액세서리는 물론이고 의류까지 생산하는 브랜드)화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사실 밀라노의 패션 관계자들은 MCM 브랜드보다 미쉘스키의 능력에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스포츠웨어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날리는 그가 독일에서 꺼져가던 브랜드로 여겨지던 MCM의 재도약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1990년대 쇠락의 길을 걷던 구찌를 미국 디자이너인 톰 포드가 성공적으로 재건한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구찌와 달리 MCM은 젊은 명품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미쉘스키의 스포티한 감각을 위주로 한 디자인을 대거 선보이며, 보여주기 위한 명품보다는 들고다니며 즐기는 명품을 강조했다. 가격도 루이뷔통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일종의 틈새 전략인 셈이다.

몰려드는 바이어를 보며 한껏 고무된 미쉘스키는 "가죽 가방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밀라노에서 (가죽 가방으로)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다"며 "모던하고 슬림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밀라노=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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