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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불길 덮친 美 언론에 ‘활활 타라’ 기름 붓는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예계에서 촉발된 성추문이 언론계까지 강타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기름을 붓고 나섰다.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던 언론사에서 성추문이 터지자 이를 조롱하고 비난한 반면, 상원의원 선거 나선 공화당 후보에 대해서는 두둔했다.

NBC 간판 앵커 해임에“다른 가짜 뉴스 종사자들 해고 언제?” #앨라배마 선거 공화 후보에 대해선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 #또 다른 프로그램 진행자 추문 의혹 제기하며 트윗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NBC 방송의 간판 앵커 맷 로어가 성추문으로 해고됐다는 소식을 듣자 트위터에 “이제 맷 로어도 가버렸으니 NBC의 가짜뉴스 종사자들이 (MSNBC 회장) 필 그리핀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날은 언제가 될까”라고 비야낭조의 글을 올렸다.

또 NBC 계열인 MSNBC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 진행자 조 스카버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NBC)이 플로리다에서 여러 해 전에 일어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에 기반해 시청률도 낮은 조 스카버러를 해고할 것인가. 조사해봐라!”라고 트윗했다.

맷 루어의 해고 소식을 접하고 NBC에 대해 "가짜뉴스 종사자들이 (MSNBC 회장) 필 그리핀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날은 언제가 될까"라고 비아냥거리는 트럼프의 트윗. [트럼프 트위터 캡쳐]

맷 루어의 해고 소식을 접하고 NBC에 대해 "가짜뉴스 종사자들이 (MSNBC 회장) 필 그리핀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날은 언제가 될까"라고 비아냥거리는 트럼프의 트윗. [트럼프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스카버러가 하원의원이던 시절인 2001년 7월 그의 플로리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발생한 20대 인턴직원 변사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인턴이던 로리 클로서티스는 책상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채 발견됐는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스카버러는 출장 중이라 자리를 비웠다.
그럼에도 인턴직원의 죽음을 두고 여러 음모론이 제기됐으며, 스카버러가 의문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말들이 있었다. 부검 결과 외상이나 타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스카버러는 한동안 의문사와 관련된 의혹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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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16년이나 지난 의문사까지 들춰내며 스카버러를 공격하자 스카버러의 형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넘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스카버러의 ‘모닝 조’에 종종 출연하기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스카버러는 비판적인 발언을 이어갔고,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스카버러와 공동 진행자인 미카브레진스키를 향해 “지능이 낮다”“사이코”등 막말을 퍼부으며 비난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스카버러는 이후 공화당 탈당 선언했다.

MSNBC ‘모닝조’ 프로그램의 남녀 공동진행자 조 스카버러(오른쪽)와 미카 브레진스키. [중앙포토]

MSNBC ‘모닝조’ 프로그램의 남녀 공동진행자 조 스카버러(오른쪽)와 미카 브레진스키. [중앙포토]

 적대 관계인 언론인들에 대한 태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앨라배마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인 로이 무어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가 하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말했다.
한편 미 언론계에선 성추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9일에만 맷 로어를 포함해 거물 언론인 3명이 옷을 벗었다. NBC 측은 “로어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회사 동료의 고발을 접수했다”면서 “엄중한 조사를 통해 로어가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부적절한 행동’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로어는 NBC의 아침 뉴스쇼 ‘투데이’를 20년 넘게 진행해 왔다.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도 성희롱 혐의로 사임했고, 미네소타 라디오(MPR)의 유명 진행자 개리슨 킬러도 여성의 허리에 손을 대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해고됐다.
앞서 CBS의 아침 뉴스프로그램 ‘디스 모닝’을 진행하는 간판 앵커 찰리 로즈와 NBC 섭외 담당 부사장 맷 짐머맨 등이 성추행 문제로 해고되고, 뉴욕타임스의 간판급 기자인 글렌트러시가 직무정지를 당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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