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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나누는 기업] 국내 기업의 매출 대비 사회공헌 지출, 선진국보다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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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나눔 활동으로 맹추위도 이겨낸다!’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 실태 #10년간 사회공헌 지출액 60% 증가 #한국 0.19%로 미국?일본보다 높아 #기업 강점 살리며 나눔 효과 극대화 #이미지 제고 등 경영 수단으로 활용

다시 겨울이다. 추운 날씨에 움츠러들기가 쉽지만 기업들의 열정만은 쉴 틈이 없다. 주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열기는 매년 뜨거워지고 있다. 28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사회복지와 재난구호 등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한 지출 총액은 2006년 1조8048억원에서 2015년 2조9020억원으로, 최근 10년간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글로벌 임직원 봉사단이 지난 8월 필리핀 사마르섬 북부 로페즈 마을을 찾아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풍선 등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3년간 필리핀에서 시설 보수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 현대제철]

현대제철 글로벌 임직원 봉사단이 지난 8월 필리핀 사마르섬 북부 로페즈 마을을 찾아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풍선 등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3년간 필리핀에서 시설 보수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 현대제철]

국내 기업 연 18시간36분 봉사

같은 기간 기업들의 매출 대비 사회공헌 활동비 지출 비율은 0.12%에서 0.19%로 늘었다. 미국(0.11%)이나 일본(0.09%) 같은 선진국의 기업들보다 높은 비율이다. 또 국내 기업 임직원 한 사람이 연간 봉사활동에 참여한 시간은 2006년 7시간에서 2015년 18시간36분으로 2.7배가 됐다. 기업 차원에서 봉사단을 운영하는 비율은 조사대상 중 2007년 70%에서 2015년 90%까지 확대됐다. 이들 수치는 모두 올해 이보다도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용호 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은 “과거 기업들은 단순 기부로 사회에 공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엔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들에도 단순히 보람 있는 일을 넘어 효과적인 경영의 한 수단이 된다. 기업 이미지 제고가 유무형의 막대한 가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개념을 창시한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는 저서들에서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더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환경을 파괴하거나 주위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는 기업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이는 종종 기업과 주주의 이익으로도 직결됐다. 예컨대 시소디어 교수가 1996~2006년 10년간 상장 기업의 주가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사랑받은’ 기업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1026%로 다른 기업(122%)의 8.4배였다. 현명한 기업인이라면 이제 사회공헌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사회공헌 사업에 전략적 접근

이에 기업들은 이전보다 전략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면서 희망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2월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라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그룹 통합 사회공헌 체계를 구축했다. 기존의 자동차 계열사 중심에서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세이프 무브(교통안전문화 정착) ▶이지 무브(장애인 이동편의 증진) ▶그린 무브(환경보전) ▶해피 무브(임직원 자원봉사 활성화)라는 기존 4대 사회공헌 사업(4대 무브)에 ▶자립지원형 일자리 창출(드림 무브) ▶그룹 특성 활용(넥스트 무브) 등 2가지 분야를 새로 추가했다.

드림 무브는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창업과 자립을 돕는 사업이다. 넥스트 무브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기술과 인프라를 폭넓게 활용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인 예가 고철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영세 종사자에게 환원하는 현대제철의 ‘H-리사이클 센터’ 사회공헌 사업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24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2회째 기술박람회를 열고, 우수한 기술력에도 판매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협력업체들이 영업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는 60여 업체가 참가했다.

기업들의 최근 사회공헌 전략은 이처럼 장기(長技)를 살리면서 나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KT는 장기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희망 나눔에 활용하고 있다. KT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2014년 희망나눔센터를 열고 인터넷 망을 통한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IPTV) 등 ICT 장비가 포함된 문화공간과 편의시설을 제공했다. 이어 ICT 교육을 지원하면서 주민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고 있다.

CJ그룹은 문화예술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기업답게 젊은 문화예술인 후원 활동에 힘쓰고 있다. CJ E&M과 CJ문화재단이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신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 및 데뷔 지원 공간 ‘오펜 센터’를 서울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연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젊은 대중음악인을 지원하는 ‘튠업’, 신인 영화인의 아이디어를 영화화까지 되도록 돕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프로젝트 S’ 등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인프라 활용 사회공헌 확대

포스코는 영위 중인 사업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지역사회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포스코 스틸빌리지’ 사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철강재를 활용해 주택 건립에서부터 놀이터 등 건축까지 단시간 내에 안전하고 튼튼한 마을 건축 구조물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2009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올 11월 말까지 총 29채 기부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 노하우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잇고 있다. 한화그룹 ‘해피선샤인’은 사회복지시설 등에 무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11년 시작돼 지금까지 총 217개 복지시설 등에 1527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지원됐다.

기업별 임직원 봉사단의 활성화도 눈길을 끈다. 에쓰오일 임직원 봉사단은 2007년 출범한 이후 지금껏 서울과 울산 등 전국 6개 지역으로 나뉘어 지역 실정에 맞는 총 140여 가지의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에쓰오일 영업사원들은 전국 300곳의 주유소와 함께 소외 이웃을 보살피는 ‘주유소 행복 나눔 N’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 봉사의 날’을 만들어 전 세계 두산 임직원들이 같은 날 동시에 각 사업장 인근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로 이 행사를 연 지 4년째인 가운데 지난 4월 19일에는 세계 16개국 7000여 임직원들이 가구 만들기와 노인 시설 방문(한국), 공공시설 보수 지원(미국)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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