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청소년 기획-지금우리아이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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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고생들의 개학을 앞두고 청소년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고있다. 이런 점에서 K-1TV가 31일 내보낸『청소년 기획-지금 우리 아이들은』은 시의 적절함과 함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솔직함과 과감함이 돋보인 프로였다.
한 고교 1년생의 가정·학교생활은 물론 이성교제·음주·흡연 실태 등을 밀착취재한 현장보고『10대의 초상』(지난달 21일 방영)을 재방영, 피상적으로 알려졌거나 일부 청소년들의 문제로만 치부돼 온 그 세대들의 고민이 일반적인 현상임을 다시한번 환기시켰다.
또 전문가들의 토론과 시청자들의 전화 참여로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일과성으로 만족될 수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특히『10대의 초상』이 보여준 현장감과 사실감에 뒤이어 스튜디오에 나온 한 학생이 얼굴을 완전히 노출시킨 채 음주와 흡연이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하는「순기능」도 갖고 있음을 주장, 종래의 캠페인성 청소년 문제 프로와 구별되는 현실감각을 보여주었다.
이밖에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를 위한 편견의 배제와 적합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그들의 주장 등도 소개 돼 쟁점이 노출되는 통로로서 TV의 기능을 살리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프로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좌절과 비행, 그리고 어른모방 심리 등은 적나라하게 묘사했으나 농·어촌학생이나 도시빈민 가족의 학생들이 겪는 계층적 갈등에서 오는 절망 등에 대한 시선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또 오늘날 청소년들의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TV의 역기능에 대한 자기반성도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이 프로가 나가는 시간에 K-2TV에서는 기괴한 발성과 몸짓의 야간업소 DJ가 진행하는 쇼프로와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외국 청소년들을 다룬 외주 등이 나가고 있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청소년들?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그런 대로 대중적인 성격으로 바꾸어보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외부 제작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게되는 방송사 측의 낮은 제작비 책정과 인원·물량의 부족으로 치밀한 화면전개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또 종교적 대립이 빚어내는 강렬한 호소력을 전달하지 못하고 설명적으로 처리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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