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해도 너무 한 외교안보라인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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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중 관계를 둘러싼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혼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중 군사 당국 간 협의를 열자는 중국 측 제안이 전달됐는지를 두고 외교·국방부가 그제까지 완전 딴소리를 했다. 외교부는 “지난 24일 (중국 측 제안과 관련해) 국방부에 문서로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방부에선 “정확히 파악된 게 없다”고 발뺌했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 정부에서 이처럼 단순한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판에 두 부처는 이날 “한·중 군사 당국 간 소통과 관련해 외교부와 국방부는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다”는 해명을 냈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런 엇박자는 외교안보 라인 내 소통이 꽉 막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중대한 외교안보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손발이 착착 맞아 돌아가도 시원치 않을 두 부처가 삐거덕대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협화음이 나는 데는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외교안보 부처가 일사불란하려면 서로 충분히 정보를 나누고 치열한 논의 끝에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계당국 모두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기본 전략이 도출될 리가 없다.

특히 청와대 독주는 금물이다. 현장에서 뛰는 외교·국방부의 의견이 묵살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이른바 3불(3不·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하지 않음) 입장과 관련된 뒷얘기는 청와대의 독주 이야기가 낭설이 아님을 보여준다. 외교부 초안에는 각 3불 입장에 ‘현재로서는’이란 단서가 있었는데 청와대가 이를 뺐다는 것이다. 외교부 초안대로 ‘현재로서는’이란 단서가 살아 있었다면 3불 입장에서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실이 있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청와대는 외교안보 라인 내의 원활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일방적이 아닌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