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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의뢰 성범죄 증거물 800여 건 국과수 감식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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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 관계자는 "한 건의 범죄에 증거물이 여럿일 수도 있고 동일범이 여러 건의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국적으로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과수에 따르면 경찰이 감식.분석을 의뢰하는 증거물은 연간 3만5000여 건이며, 이 중 강간 등 성폭행 사건과 관련된 것이 70%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유전자 감식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 곧 제출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국과수 등 감식기관이 살인.강간.강도.방화 등 11개 강력범죄자의 유전자 정보(DNA)를 수집.관리하는 게 골자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강력범죄의 재범률은 2004년 기준으로 방화 75.0%, 살인 63.2%, 강간 58.4% 등 상당히 높기 때문에 유전자정보은행이 설치되면 범인의 신원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어 검거가 용이해진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대다수 시민단체 등은 "유전자정보 채취 대상이 일반 범죄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청주 서부경찰서는 이날 혼자 사는 여성이나 귀갓길 여성을 상대로 24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일삼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강간 등)로 양모(32)씨를 검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씨는 2004년 10월 말 만기출소한 뒤부터 올해 1월까지 충남.북, 경기, 대구 등지에서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성폭행 사건의 범인 DNA가 일치한다는 국과수 통보에 따라 동종 전과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왔다.

경기도 포천경찰서도 25일 같은 동네에 사는 초등학생 7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육군 모 부대 안모(23) 일병을 긴급 체포해 군 헌병대로 넘겼다. 조사 결과 안 일병은 9일 낮 12시쯤 포천시내 모 아파트 승강기에서 만난 A양(8.초등2)에게 "급한 일이 있으니 잠깐 도와 달라"며 옥상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는 등 2004년부터 포천 일대에서 연쇄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성우 기자

◆ 유전자 감식법이란=신체 세포조직에서 추출한 DNA의 특성을 비교해 동일인 여부를 판별하는 과학수사기법. DNA는 머리카락, 혈액, 입 안 점막, 정자 등 어떤 세포에서도 검출이 가능하며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다. 1985년 영국에서 처음 개발됐으며 90년대 국내에 도입돼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 때 희생자 신원 파악에 활용했다. 최근 검거된 연쇄 성폭행범 '대전 발바리' 검거 때도 크게 기여했다.

◆ 유전자정보은행이란=살인.강간 등 11개 강력범죄를 저질러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이들 범죄로 인해 징역이나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 등의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을 말한다. 수사기관은 이 정보를 범죄 수사에 활용한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외국에선 이미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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