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수다회의'는 아이디어 발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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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오버추어 코리아의 직원들이 간식을 먹으며 회의하고 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이 회사의 회의는 친목모임 같은 분위기다. 김상선 기자

인터넷 마케팅 업체인 오버추어 코리아의 서울 대치동 사무실. 이곳엔 사장실이 따로 없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 층에서 같이 일한다. 3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책상을 마주하고 있다. 직원들은 수시로 김정우(44) 사장 책상으로 가 얼굴을 맞댄다. 이 회사 김도훈(35) 마케팅 과장은 "일반 직원이 짬짬이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사장에게 건의해 사무실 바로 옆에 탁구대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2년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직원이 130명으로 불어날 만큼 일이 많아졌다.

이처럼 국내 일부 외국계 기업들이 사내 언로를 확 트이게 하는 여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직원들이 터놓고 이야기하면 회사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뿐 아니라 업무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IMS 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내 대화가 활발하면 업무 효율이 20% 정도 증가했다. 채용 포털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사내 대화 통로가 넓어지면 협력 기반이 구축돼 자연히 경영 성과가 좋아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오버추어 코리아에는 '글로벌 멘토(mentor.조언자)'란 프로그램도 있다. 미국 본사 직원이 한국.대만.일본 등 해외지사 직원들과 일대일로 짝을 이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오정화 홍보과장은 "글로벌 멘토가 있으니 직원들이 본사에 묻고 싶은 게 있을 때 주저 없이 연락한다"며 "본사의 사정을 잘 알 수 있고, 한국법인의 제안이 본사에 잘 반영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 펌프 제조회사인 한국그런포스펌프㈜는 매주 수요일 아침 전 직원이 모여 '수요마당'이라는 회의를 연다. 업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돌아가며 자신의 관심사를 발표한다. 지난주엔 와인을 즐기는 한 직원이 와인의 종류와 잘 가는 와인바를 소개했다. 수요마당은 4년 전 이 회사 이강호(54) 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벗어나 여러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친밀감이 쌓이고 업무 협력 폭도 넓어진다고 한다.

이 덕분인지 이 회사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1998년 이후 매출이 매년 평균 20%씩 늘고 있다. 이 사장은 또 겨울에 전 직원을 스키장으로 보낸다. 겨울 내내 강원도 용평의 한 펜션을 빌려 매 주말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리프트 사용료도 회사가 낸다. 이 사장은 올 겨울 세 차례 스키장으로 가 직원들과 어울렸다. 이 회사 입사 2년차인 임상미(27)씨는 "임직원들이 함께 눈밭에서 뒹굴며 대화의 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

영국계 은행 HSBC는 2004년 사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담당자에게 건의합니다(Ask Management)'란 게시판를 만들었다. 직원 누구나 문의나 제안을 할 수 있다. 이름을 감추고 질문하는 코너지만 관련 부서장 등은 일주일 안에 답변해야 한다. 직원들의 불만이나 건의를 듣는 '사내 신문고'인 셈이다. 이 게시판에 한 직원이 "모유 수유실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회사의 '버디(buddy.친구)' 프로그램도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책이다. 선후배를 막론하고 2~3명씩 친구 그룹을 만들어 어려운 점을 상의하고 친목을 다진다. 특히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버디들이 함께 모여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게임 나잇''무비 나잇' 이란 행사도 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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