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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에 유흥업소 단속권 당신의 생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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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에서 한 여고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가출한 뒤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그 다음 달엔 경기도 화성에서 중3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 세 명이 못살게 굴어 죽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목매 자살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5808개 학교에서 6604명이 폭력으로 징계받았다고 한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 780만 초.중.고교 학생 중 40만 명 정도가 폭력 서클인 일진회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가운데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일선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주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경찰권 남발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학교폭력 예방.근절을 위한 정책기획단 단장을 맡고 있는 지병문 의원은 24일 "교사들이 유해업소 등을 다니면서 선도활동을 해왔으나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출입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부장 등을 맡은 교사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단에는 열린우리당.교육부.대검찰청.여성가족부.청소년위원회 등의 관계 부처 대표들이 참석한다. 기획단은 27일 회의를 하고 이 문제에 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그동안 학교폭력 근절은 누누이 강조돼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내외신 신년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은 반드시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해찬 총리를 비롯, 역대 교육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진력해 왔다. 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학교폭력 해소를 위해 고민하던 중 폭력 피해 학부모, 일선 학교의 생활지도를 맡는 교사들이 특별사법경찰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해 와 이에 공감했다"며 "학교폭력 근절을 바라는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블레어를 벤치마킹?=영국 정부도 최근 교육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교사들에게 학교 밖에서도 술.마약 등 학생들의 '부적절한 물건'을 압수하거나 불량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강제 지도권'을 부여키로 했다. 이 방침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추진하는 '사회적 존경 회복 운동(Respect Action Plan)'의 일환이다. 지 의원은 "영국도 학교폭력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국의 안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엇갈린 반응=교육부와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등은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육부 초.중등교육과 김학일 연구관은 "교사들이 PC방.노래방.유흥업소 등에 대한 단속권이 없어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교조 김영삼 청소년위원장도 "단속권을 주는 것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반대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기획단 회의에서 인권침해 등을 우려해 특별사법경찰권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 특별사법경찰권이란=검사나 경찰만으로 범죄 수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주어지는 수사권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197조에 규정돼 있다. 산림보호.식품.환경.세무 등의 직무에 부여돼 있다. 교사가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질 경우에는 청소년 유해업소 단속권이나 폭력 학생 학부모 소환권 등을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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