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기반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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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학칙개정안의 의미>
21일 확정된 서울대의 학칙 개정안은 성적불량 제명을 포함한 학사징계의 폐지와 학생활동 규제조항의 대폭적인 완화 및 전학·전과 허용범위 확대가 특징이다.
이는 학사행정 전반과 학생활동의 자율보장을 선언한 것으로, 대학의 자율성회복이란 측면에서 타 대학에도 하나의 모델이 될 것 같다.
서울대는 지난 75년 이후 이번까지 무려 25차례나 학칙을 바꾸어오면서 대부분은 외부의 「주문」에 의한 규제강화로 일관해왔다. 이번처럼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는 최근 들어 처음이다.
특히 총장 직권 제명이나 학생활동 관련 제적자의재입학 금지, 학생회 지도위원회 규정 등은 문교부의 지시에 의해 각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돼왔고, 이런 것들이 문교부의 자율화시책 후 처음으로 달라지는 셈이다.
성적불량 제적은 졸업정원제·상대평가제와 함께 학생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지난 학기 재입학 과정에서 순수한 학원사태 관련 제적자는 55명에 불과하고 학원사태 관련 성적불량제적자가 3백18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문교부는 부분적으로 이견을 보이고 있어 그 처리가 주목된다.
문교부 관계자는 『학사징계는 학생의 질 관리와 함께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수단인데 이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징계기준 완화 등 단계적인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대학에 입학을 허가한 학생은 일단 수학능력이 있다고 봐야하며 일시적인 학업 소홀을 이유로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수학기회를 박탈, 학교 밖으로 내쫓는 것이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주장.
더구나 졸업정원제가 없어진 상태에서 입학 후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이나 학과를 무작정 강요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전학·전과의 허용범위는 앞으로도 더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학생의 정치활동이나 교내 집회 등을 비롯한 학생활동 규제조항이 대부분 삭제됨으로써 앞으로 학원소요예방과 면학분위기조성은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되지 않을 수 없는 과제를 안게됐다.
아뭏든 이번 학칙 개정이 대학의 자율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으나 학교측으로 보면 오히려 자율에 따른 면학분위기 유지와 교권확립에 보다 책임이 무거워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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