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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새 발행어음, 금리 2% 넘을 듯 … 원리금 보장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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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발행어음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가 난 5개 증권사 가운데 처음 단기 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약관 심사가 마무리되면 다음주 초 발행어음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첫 테이프를 끊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이후 순차적으로 다른 증권사에도 단기 금융업 인가를 내줄 전망이다. 5개사는 자기자본(24조6000억원)의 2배인 49조2000억원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이르면 내주 출시 발행어음은 #은행 정기예금·CMA보다 고금리 #최소100만원, 중도 해지도 가능 #‘5000만원 예금자 보호’ 대상 제외

발행어음은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역사는 길다. 1972년 단기 금융업법이 만들어지며 처음 선보였다. 단기 금융업법에 따라 단자회사, 종합금융회사(종금사)가 전담해서 파는 상품이었다. 당시 투자자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으며 안전하게 단기로 자금을 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발행어음 특성 탓에 부침이 컸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종금사가 줄지어 문을 닫았다. 이후 살아남은 몇몇 종금사를 인수한 증권사·은행에서 명맥을 유지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6조2114억원이다. 잔액이 10조원이 넘었던 90년대 후반보다도 못한 실적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금융위의 초대형 투자은행, 단기 금융업 인가로 발행어음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판매 주체가 단자회사, 종금사에서 증권사로 바뀌긴 했지만 기본적인 상품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년 만기로 가입할 때 이자가 확정된다. 이자를 덜 받지만 중도 해지도 가능하다.

발행어음의 최대 경쟁자는 은행의 1년 정기예금이다. 강점은 금리다. 한국투자증권이 준비하는 발행어음의 금리는 연 2%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AA등급 금리 수준(2%대 초중반)에 맞춰져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9월 기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1.67%다. 1%대 초반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도 금리가 높다. 종금사에서 현재 취급하고 있는 발행어음 이자율(1%대 중반)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 면에서 과거보다 후퇴했다. 종금사에서 내놓은 발행어음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됐다. 종금사가 파산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에서 갚아줬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발행어음은 증권사 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 본부장은 “증권사 발행어음은 기업금융에 50% 이상, 부동산에 최대 30% 투자 가능하며 CMA형(발행어음을 CMA 계좌와 연동)으로 운용하려면 35%는 유동 자산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등 규제가 많다”며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했던 발행어음과 달리 안전성이 높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건 발행어음의 최대 약점이다. 증권업계는 CMA와 연계하며 발행어음 수요를 늘려가는 걸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발행어음의 초기 흥행 여부는 결국 금리에 달렸다. 김신열 한국투자증권 종합금융투자실장은 “고객에게 정해진 만큼의 이자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수신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며 “자본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경험이 일단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실질 금리로 운용하고 시중금리 인상, 고객 반응 추이를 보면서 조정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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