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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유지용「대졸자격고사」 한천수 <사회부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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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 졸업시즌을 앞두고 61개 대학 4천7백여명의 졸업반 학생들이 「정식 졸업장」을 받기 위해 「대학 졸업자격고사」라는 마지막 관문을 뚫어야하게 됐다.
올해 대학입학생부터는 졸업정원제가 폐지됐지만 현재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에겐 경과조치로 말썽 많은 졸업정원제의 꼬리가 그대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졸업정원 초과인원은 지난해보다 2천명 가까이 늘었다. 「언젠가는 없어진다」 는 생각으로 서슬 시퍼렇던 당시의 정부를 믿지 않고 강제 탈락을 피해 군입대등으로 휴학했다가 돌아온 복학생이 첫 졸업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81년 졸업정원제가 시행된 뒤 첫 졸업자가 나온 84학년도엔 1천3백17명, 85학년도엔 2천4백4명, 86학년도엔 2천7백82명이 대졸자격고사에 응시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시험 응시자는 크게 늘어난 숫자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된 대졸자격고사에서 응시자의 97% 이상이 합격, 정식 졸업장을 받아 졸업했다.
문교부는 지난해에야 졸업정원제의 폐단을 스스로 인정, 이를 폐지하고 입학정원제로 환원했으나 졸업정원제 하에서 입학한 학생은 자격고사를 거치도록 했었다. 그러나 실효 없는 자격고사를 고집하는데는 문교부의 「체면유지」이상의 명분은 없다는 소리가 높다. 초과수료자의 97%이상이 합격해 시험의 의미가 없으며, 91학년도 이후엔 대학졸업자격고사 자체가 없어져 87학년도이전 입학자라도 휴학이나 군복무 후 복학할 경우엔 전혀 졸업정원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되는 또 다른 불공평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의 정원초과 졸업자 2백97명 가운데는 공대가 1백6명으로 가장 많고 법대 41명, 경영대 9명, 치대 6명, 의대 1명이 포함돼 있고, 이들은 졸업자격이 모자란다기보다 동료에 비해 단순히 성적이 뒤져 일정 정원 안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초과졸업자란 불명예를 안게된 것이다.
문교부는 이 같은 모순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재학중인 초과 입학자에 대해 질(질) 관리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경과조치를 계속키로 했으나 「유명무실해진 졸업정원제를 계속 고집한다고 문교정책의 일관성을 누가 믿어주겠느냐」는 비아냥을 면하지 못하는 실정에 귀 기울여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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