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표 대부분 엉터리-권양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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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온 국민이 이름도 모르는 채 「권모양」으로만 통해온 「얼굴 없는 유명인사」 권인숙양 (24·서울대 의류학과4년·제명)이 17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감색외투에 검은테 안경을 쓴 권양의 모습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였으나 『고문은 인간을 동물의 차원으로 떨어뜨리는 가장 악랄한 폭력행위』라며 고문 근절을 주장할 때는 분명한 어조에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재정신청을 낸 이유는.
▲경찰이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여성으로서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성고문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따라서 문경장은 구속 기소돼야 하며 사건진상에 대한 완전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다.
-아직까지 「계류중」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경장이 구속 기소되면 다시 한번 현정권의 부도덕성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86년10월15일 서울민사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별도로 제기한 이유는.
▲소송을 제기하면 검찰의 사건조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해서 검찰의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성고문 내용을 차마 발표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는데.
▲부모님이 장래를 걱정해 적극 만류했었다. 그러나 문경장 등이 한 짓은 내 개인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차원을 떠나 상당수의 여성피의자에게 수사기관원들이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빙산의 일각이나마 사회에 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검찰의 조사결과발표내용 중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일일이 지적하기도 싫을 정도로 대부분 엉터리 발표였다.
-당시 검찰이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는가.
▲86년7월10일부터 내가 이야기한 증인들을 찾아오고 내게 우호적으로 수사를 계속했다. 7월14일 밤까지만 해도 검찰 측은 의기양양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발표일로 예정된 7월15일에는 아침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고 발표를 왜 미루고 있느냐고 했더니 검사가 착잡한 표정으로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가 검찰조사결과가 완전히 뒤집혀진 때라고 생각된다.
-박종철군 사건은 어떻게 보는가.
▲문경장 등이 사건관계자들을 미온적으로 처리한 결과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다고 본다. 당시 내가 더 열심히 투쟁했다면 박군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반성도 했다. 고문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모색중에 있다. (권양은 「앞날」을 의식한 듯 사진촬영은 한사코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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