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北에 ‘무엇을 위한 도발중단’인지 밝히라는데...

중앙일보

입력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대북 정책 등을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대북 정책 등을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제주도에서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60일 이상 도발을 멈춘 데 대한) 소통이 (북한과) 없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지 여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한이 ‘우리는 대화를 위해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좀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도발이 멈춘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우연히 안 하는 것인지, 일부러 안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너무 앞질러 좋게 해석할 수도, 비관적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미 수석대표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어떤 의도로 도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대북 압박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표는 지난달 미 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북한의 도발이 60일 이상 멈추면 이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예견한 상황이 현실화했는데도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이유 등 다른 요인 때문에 잠시 도발을 쉬고 있는 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 정부가 북·미 협상을 통해 보상만 주고 북한은 계속 핵·미사일을 개발해온 선례를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두고 연구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5일 중대 발표에서 예상과 달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은 것도 미국이 북한을 향해 의도를 밝히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북한의 의중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 방’은 일단 보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측의 바람대로 북한이 명확히 의도를 밝힐지는 미지수다. 설령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마련을 위해 도발을 멈추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북 측이 이를 확인하는 순간 협상에서 주도권을 미국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나름대로의 일정 관리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의 시어 코튼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2012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 양상을 분석해 지난달 발표했다. 평균 미사일 시험 빈도는 1분기 4.3회, 2분기 4.8회, 3분기 4.2회, 4분기 0.8회였다. 매년 10~12월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평균 1회 미만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가을 수확이나 월동 준비에 자원을 돌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연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지시한 이상 올해가 가기 전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ICBM 개발이 마무 리단계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9일 KBS 일요토론에 출연해 “김정은이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통해 북한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평화 올림픽이 아니라 전쟁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있는 이유를 전할 가능성도 있다. 오는 21~23일에는 허이팅(何毅亭) 공산당 중앙당교 부교장이 방한한다. 19차 중국 당 대회 성과를 설명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중국이 남·북을 연쇄적으로 접촉하면서 쑹 부장의 방북 성과도 한국 당국과 공유할 전망이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