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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찮은 여성 성범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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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호 24면

<新>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그 남학생이 좀 일찍 경험한 것뿐이지 뭐 큰 문제가 되겠어요?”

세간을 들썩였던 여교사와 초등생의 성관계 사건. 어릴 적 3류 판타지를 운운하며 철없는 질문을 했던 지인이 필자에게 아주 혼쭐이 났다. 해당 사건은 최근 ‘미성년에 대한 강간’의 시각에서 유죄판결이 났고, 이는 성문제를 다뤄 온 필자의 시각과 일치한다.

그런데 아동 성학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꽤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일 것이라 여기지만, 여성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미국의 ‘아동 성학대에 대한 저널’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아동 성학대 6만6765건 중 무려 21%인 1만3492건에서 여성이 가해자였다. 특히 가해자가 2명 이상인 경우 공범의 42%가 여성이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면식범 성범죄 가해자의 19%가 여성이었고, 최근의 국제적 연구에서 성범죄자 9명 중 1명은 여성이었다. 처벌받은 여성은 2%에 불과했다.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여성의 아동 성범죄는 6배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여성 성범죄가 상대적으로 덜 폭력적이고 덜 가학적으로 비춰지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 가해자의 성향차도 있는데, 남성들은 더 어린 나이에 성범죄를 시작해 더 오래 습관적으로 지속하며 소아성애자로 특정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성가해자들은 약물중독 및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동반되거나, 가정폭력에 노출되거나, 원래 학대의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 성범죄자들의 사례도 꽤 있는데, 평상시 충족되지 못한 친밀감, 배우자와의 갈등, 외로움 등이 근원적 배경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 한국의 여교사 사건도 유사한 면이 있다.

앞서 필자에게 혼쭐난 사례도 그렇지만, 여성이 범한 아동성범죄는 그저 흥밋거리로 여겨져 피해아동이 겪는 충격과 상처는 간과되기 쉽다. 실제로는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 피해아동의 후유증은 더 길고 심각하다. 특히 피해아동에 대한 우려의 시각과 ‘넌 좋았겠다, 부럽다’는 식의 철부지 같은 주변 반응이 섞이면, 피해아동은 정신적으로나 성적으로나 극단적 혼란에 빠지기 쉽다.

판단이 부실하고 결정권이 취약한 미성년 대상의 성범죄는 심각한 범법행위이며 피해아동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 여성에 의한 성범죄도 똑같이 심각하고 엄격하게 다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교사와 제자, 선후배, 직장 상사와 부하 사이 등 위계가 개입된 경우는 더욱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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