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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 펜화공방]가수 이현우가 배추파스타 삶던 자리

중앙일보

입력

정선 아우라지. 다리 오른쪽이 여량, 왼쪽으로 가면 구절리다.

정선 아우라지. 다리 오른쪽이 여량, 왼쪽으로 가면 구절리다.

TV화면에 가수 이현우 얼굴이 보였다. ‘집시맨’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고랭지배추를 수확하고 있었다. 버스를 몰고 8개월째 유랑하고 있다는 어떤 털보아저씨와 함께였다. 배추를 썰어 파스타를 만드는 이현우의 솜씨가 자연스러웠다. 삶은 돼지 수육에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꿀꺽.

그런데 저기는…
요리를 하는 자리가 눈에 익었다. 초승달 모양의 조각물이 걸려있는 다리, 정선 아우라지였다. 그림 속 풍경이다. 카메라 각도로 보아 강가 왼쪽 공터에서 촬영을 했겠다.
여기가 조양강 출발점이다.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물이 한강의 시원인 골지천이고, 왼쪽에서 나오는 물은 송천이다. 태백 금대봉과 삼척 대덕산 중봉산 등에서 내려오는 물이 골지천으로 흘러든다. 송천은 대관령 가까운 황병산과 매봉산에서 시작한다.

이현우가 파스타를 삶던 자리에서 돌다리를 건너면 애인을 그리는 처녀상이 서 있고, 그 뒤가 팔각정이다. 취재하던 전날 송천 상류에 비가 내려 돌다리를 건너가보지 못했다.
그림 아래쪽에도 웅장한 징검다리가 있다. 손잡은 청춘 남녀가 선 자리다. 돌과 돌 사이로 흐르는 물살이 거칠다. 다리 위에서 묵직한 카메라를 든 중년 두 분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퇴직한 뒤 취미생활을 하는 모양새였다. 돌다리를 건너다 비명이 들려 돌아보니 그중 한분이 물에 빠져 있었다. 돌 위에 걸쳐놓은 카메라가 물속으로 떨어지자 뛰어든 거였다. 물은 깊고 찼지만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리 오른쪽 마을이 여량이다. 여량과 구절리 사이, 기차가 끊긴 철길은 이제 레일바이크의 명소가 됐다. 조양강은 여기서 흘러내려 정선 가수리에서 동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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