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흥진호 나포 때 중국어선 위장” vs “아니다” 엇갈린 두 장관…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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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엿새 만인 27일 오후 10시 16분께 속초항으로 무사히 귀환해 속초해경 전용부두에 접안한 ‘391 흥진호’. 사진은 귀항 당시 흥진호 선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엿새 만인 27일 오후 10시 16분께 속초항으로 무사히 귀환해 속초해경 전용부두에 접안한 ‘391 흥진호’. 사진은 귀항 당시 흥진호 선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흥진호를) 납치한 (북한) 선박은 중국 어선을 가장했다.”(13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북한 경비정이 위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14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391 흥진호’ 북한 나포 과정에서 북한의 어선 위장 여부를 놓고 관련 부처 두 장관이 하룻새 내놓은 엇갈린 발언이다.

‘어선 위장’ 놓고 송영무 장관 대 김영춘 장관 발언 엇갈려 #정부 소식통 “북한 무장군인 태운 어선이 흥진호 나포” #“나포 전 흥진호와 북한 어선 간 한바탕 시비” #“시비 후 북한 어선이 북 관계 당국에 신고한 듯” #“송 장관 발언 ‘어선 위장용 같다’ 선원 진술 때문인 듯”

 지난 1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비경제부처 예산심사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경제수역에서 중국이나 우리 선박의 불법 어로를 감시하기 위해 어선을 가장해 같이 조업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로 발견했다”며 흥진호가 중국 어선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에 의해 나포됐다고 설명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사진은 이날 기찬수 병무청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사진은 이날 기찬수 병무청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14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391 흥진호’ 나포 관련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14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391 흥진호’ 나포 관련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하루 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다른 말을 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중국 어선으로 위장해 들어왔느냐”는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그 해역은 북한 경제수역이라 북한 경비정이 위장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흥진호 나포 과정에서 어선 위장 여부를 놓고 송 장관 발언을 뒤집은 것이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놓고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소식통은 17일 “북한의 일반 어선에 탑승한 북한 무장 군인들이 흥진호를 나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조업 중이던 흥진호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 민간 어선과 한바탕 시비가 붙었고 이후 북한 어선이 당국에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흥진호는 시비가 벌어진 해역에서 벗어났는데 총기 무장 군인들을 태운 북한 어선이 나타나 흥진호를 나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송 장관은 왜 “중국 어선을 가장했다”고 언급했을까. 정부 소식통은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초기 흥진호 선원 일부에게서 ‘북한 민간 어선에 군인들이 탄 것으로 보아 아마도 어선 위장 목적이 아닌가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를 두고 송 장관이 국회에서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열악한 기름 사정 등으로 경비정을 운용할 여력이 없어 일반 어선에 무장 군인들을 태우고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흥진호는 지난달 21일 오전 1시 30분쯤 조업 도중 북한에 나포돼 엿새 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16분께 속초시 속초항 해양경찰 전용부두로 돌아왔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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