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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피해가 큰 5가지 이유…중저주파 지진 탓?

중앙일보

입력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시 흥해초등학교 건물이 훼손되어 출입 통제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포항=우상조 기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시 흥해초등학교 건물이 훼손되어 출입 통제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포항=우상조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의 규모 5.4의 강진으로 7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이재민도 1789명이 발생했고, 17일 오전 6시 현재 접수된 시설 피해도 1246건이나 된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는 규모 5.8의 더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부상자 15명과 비교하면, 포항 지진의 부상자가 5배다.
대신 경주 지진의 경우 재산피해가 5000건 이상 접수됐는데, 절반 정도가 지붕 파손이었다. 경주에는 기와지붕이 많은 탓이다.
이를 고려해도 부상자나 이재민, 아파트 등 대형건물의 파손 등으로 볼 때 포항 지진의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하지만 지진 에너지 크기로 보면 경주 지진이 포항 지진의 4배다.
지진 규모에서 숫자 1 차이가 있을 때는 에너지가 약 30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진 규모는 작은데, 포항 지진 피해가 더 큰 이유는 뭘까. 다섯 가지 이유로 알아봤다.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피중인 힌 여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피중인 힌 여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⓵얕은 곳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 지점은 진원이고, 진원에서 수직으로 올라가서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을 진앙이라고 하는데, 경주 지진은 진원과 진앙의 거리가 15㎞였다. 15㎞ 깊이에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포항의 경우 거의 절반인 9㎞ 깊이에서 발생했다.
진원과 진앙 사이의 거리가 짧은 만큼 지진 에너지가 덜 줄어든 채 지표면 건물에 전달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포항 지진과 여진 발생 지점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 지진과 여진 발생 지점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⓶도심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진앙은 경주시에서 남남서쪽 8.7㎞ 떨어진 농촌 지역이었다.
드문드문 농촌 마을이 있었고, 농경지와 야산이 분포하고 있었다.
반면 포항 지진의 진앙은 포항시 북구에서 북쪽으로 9㎞ 떨어진 지점이었다.
진앙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만 1만4000여 가구 3만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포항시 북구 전체로 27만명이 살고 있다.
진앙 부근에 인구와 건물이 밀집된 지역인 만큼 피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16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동대 느헤미야홀 밖에 전날 지진 충격으로 떨어진 벽돌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동대 느헤미야홀 밖에 전날 지진 충격으로 떨어진 벽돌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⓷지반이 약했다
포항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지층이 무른 퇴적층인 데 비해 경주는 비교적 단단한 화강암 암반 지역이다.
한국지질지원연구원은 포항지역의 지층은 신생대 3기(마이오세) 때인 1700만 년 전에서 1200만 년 전 사이에 동해 바닥에서 퇴적됐다가 1200만 년 전에 바다 위로 융기한 암석이라고 설명한다.
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점토가 퇴적되면서 형성된 이암층이어서 화강암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이 암석을 얇게 자른 암편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 쉽게 부스러질 정도로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지반이 약하다 보니 지상의 건물이 많이 흔들리고 파손이 된 셈이다.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파 [자료 기상청]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파 [자료 기상청]

⓸지진파를 증폭시켰다
지질자원연구원은 "포항 지진이 규모보다 진동이 강하게 나타난 것은 퇴적층이 지진파를 증폭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앙인 흥해읍 일대는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잘 발달한 지역이어서 지진파에 퇴적층이 크게 흔들리면서 지표면의 건물에 피해를 주었다는 것이다.
지진파를 증폭이 3~5층 건물의 저층 구조물에 직접적인 파괴와 손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필로티는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과 내력벽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만 설치하고,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포항 지진의 진동 주파수에서 중저주파가 우세한 이른바 '중저주파 지진'이라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의견도 많다.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진원에서 가까운 곳은 강한 지진에너지가 도달하기 때문에 주파수와는 별 상관이 없다"며 "다만 중저주파가 상대적으로 우세했다면 지진파가 멀리까지 전달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주파는 이동하면서 쉽게 줄어드는 데 비해 중저주파는 멀리까지 전달되고, 이번에 진동이 서울 등 수도권까지 전달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역단층이 발생하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자료=이기화 지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지진 이야기']

역단층이 발생하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자료=이기화 지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지진 이야기']

⓹역단층이 발생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은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쪽에서 안쪽을 향해 압력이 가해지면서 지층이 찢어지고, 한쪽이 다른 쪽 위로 올라타는 게 역단층이다.
이번 지진은 북북동-남남서 방향의 새로운 단층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단층의 서쪽 땅덩어리가 동쪽의 땅덩어리 위로 비스듬히 올라탄 형국이다.
같은 단층이라도 수평으로 땅이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에 비해 피해가 큰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경우 주향이동단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남철 분석관은 "역단층이 발생하면 피해가 큰 게 보통이지만, 이번 지진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9㎞ 깊이의 얕은 곳에서 발생 #?진앙 포항 북구 인구 27만 명 #?화강암보다 약한 이암 지반 #?지진파를 증폭시킨 퇴적층 #?역단층으로 땅이 솟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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