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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타나모 수용소는 옛 소련 시절 굴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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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쿠바 남동쪽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이 수용소에는 미국이 자체 판단한 테러 용의자 500여 명이 강제 구금돼 있다. 이달 들어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럽의회가 각각 수용소 폐쇄를 촉구한 데 이어 21일엔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의 고위 관리마저 이 수용소를 소련의 '강제 노동수용소(Gulag)'에 빗대 비판했다.

이라크를 방문 중인 잭 스트로(사진)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BBC 라디오 프로그램 '오늘(Today)'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관타나모만에 '강제 수용소'를 유지할 의도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최근 유엔 등이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자 "그럴 뜻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스트로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미국을 화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스트로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수용소 폐쇄 여부와 시기는 워싱턴이 결정할 문제"라며 내정 간섭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이 풀려나거나 재판을 받았고, 문제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는 미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 내가 예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각료가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피터 하인 북아일랜드부 장관은 지난주 "(수용소가) 그 자리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토니 블레어 총리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그러나 수용소의 존재가 "변칙적인 것"이라고만 말했다.

18일 막을 내린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선 관타나모에 구금됐다 풀려난 파키스탄계 영국인 무슬림(이슬람교도)을 다룬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감독상을 받아 미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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