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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자 ‘빗소리 몽환도’ 새로운 소설 장르를 열다

중앙일보

입력

권위의 문학상마저도 본질에 직면하게 된다. 노벨문학상은 단순히 작품성뿐 아니라 시대의 상황과 작품 외적인 요소에 대한 통찰의 결과를 매년 10월 발표한다. 특히 근래 수상자들의 사례를 보면 더욱 문학의 대중성을 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2016년 수상자 ‘밥 딜런’은 형태와 길이에 대한 한계를 깨부쉈고, 올해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는 현실과 환상에 대한 개인 세계관의 창조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쩌면 이 시대의 문학은 길게 늘어진 문체보다는 오히려 간결한, 또 장엄한 배경보다는 개인의 내면에 직면해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댓글시인으로 일컬어지는 한 작가는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시를 댓글로 작성해 인기를 얻어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형태와 분량으로 작품의 가치를 논하기에는 시대가 이미 권위의 궤도를 벗어나버렸다. 미니픽션 ‘빗소리 몽환도’는 이런 현실을 대변하며 가을날 등장했다. ‘스마트 소설’이라 대표되는 이 장르는 짧은 분량과 담백한 문체로 현대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길이에 따라 대하소설, 장편, 중편, 단편소설로 구분되는 기존의 문학적 관념에 정면으로 대치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 소설 ‘빗소리 몽환도’는 총 16장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이 책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이어간다. 첫 장을 여는 작품인 ‘부담 주는 줄리엣’은 소설 속 주인공과 가상의 대화를 통해 기존 환상의 세계로 접촉하며 연신 자아 내면에 질문을 던진다. 6장인 ‘어머니의 칼’에서는 현실의 ‘칼’이라는 물건을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감상 마주한다. 이어 소설집의 제목과 동명의 마지막장 ‘빗소리 몽환도’에서는 기어코 소설의 주인공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장면을 이끌어낸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주인공의 옥탑방에 월세 계약서를 들고 나타난 소설 속 여인과의 황당한 만남은 환상적 체험을 제공, 현실을 살아가야하겠다는 의지를 이끌어내며 자아의 회복을 공유한다.

책에 수록된 16편의 작품들은 주체와 배경을 자유롭게 취하면서도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연결된다. 작가인 주수자는 서울대학교 미대 졸업 후 전 세계를 떠돌며 삶의 가치에 대한 갈망으로 시간을 보내오다 문학계에 등장했다. “언어가 가진 가능성의 깊이를 짧은 분량의 소설로 풀이하고 싶었다”고 의견을 밝힌 저자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대중과의 소통에서도 언어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빗소리 몽환도’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구매 가능하며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 ‘아이소이’ 샘플 패키지 증정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또 오는 12월 20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연극으로 상연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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