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임신과 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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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 부부로부터 태어난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꼭 닮은 것을 보고 신비한 느낌이 드는 것은 누구나 다 경험하는 바다. 이러한 닯음이 유전 현상에 의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각 개인의 형태와 소질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유전자는 각 세포 내의 핵 속에 있는 염색체에 들어 있다. 난자는 엄마 측 염색체의 반을 가지고 있고 정자는 아빠 측 염색체의 반을 가지고 있으므로 태아는 부모 양측으로부터 반반씩의 염색체, 즉 유전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학적인 면이 대부분의 임신에 있어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유전학적인 상담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산모의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 염색체 이상이 있는 아기를 낳았던 경우, 부모가 염색체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 가까운 친족 중에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 부모나 가까운 친족 중에 유전성 질병이 있는 경우, 심한 여러 기형이 있는 아기를 낳았던 경우, 세 번 이상의 자연 유산을 했던 경우 등이다.
유전학적 상담에 의해 특정 이상의 유전성 여부 및 유전 양상, 현 임신이나 다음 임신 시 나타날 위험성 등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이때 철저한 병력 파악이 중요할 때가 많으므로 담당 의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이런 후에 태아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를 하게 된다. 현재 많이 이용되는 것이 양수천자검사 다.
임신 5개월이 된 때에 양수를 빼내 양수 내의 태아 세포를 배양하여 염색체 검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배양 세포 및 양수에서 생화학적 검사를 함으로써 유전에 의한 특정 대사성 질환 및 이상 여부를 알아낼 수 도 있다.
그러나 양수천자검사에 의해 이상을 알아 낸 경우 임신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므로 낙태를 해야 할 때는 산모에게 신체적 위험이 있고 도덕적 부담감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는 임신 초기에 융모막 융모를 채취하여 염색체 검사를 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검사들로써 모든 유전학적 이상을 밝혀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이에 따른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윤석>

<서울대 의대 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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